중국 춘추시대, 하루는 공자가 제자들과 노나라의 혼란에 환멸을 느끼고 제나라로 가던 중 이제 막 조성한 세 개의 무덤 앞에서 한없이 구슬프게 우는 여인을 만났다고 한다. 제자인 자로를 통해 그 사연을 물으니, 호랑이가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을 모두 잡아먹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공자는 “왜 이곳을 떠나서 다른 곳에 살지 않으십니까?”라고 묻자 그 여인은 “여기서 사는 것이 차라리 괜찮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가혹한 세금 때문에 그마저도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예기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이다. 글자 그 자체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가혹한 정치 앞에는 언제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탐관오리의 터무니없는 세금 수탈이 있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현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단시간에 급격히 상승한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는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자의 해명은 답답하리만큼 궤변에 가깝다.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여당에서는 옥상옥으로 이미 위헌결정을 받았던 수도 이전을 또 재기하고 있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인한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세금을 더 매기고, 주거 현실은 도외시하고 법률을 바꿔가면서까지 월세도 괜찮다며 전세를 시장에서 없애버렸다.

능력이 없으면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 힘든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하지만 그럴 기미는 없어 보이고 내놓는 대책이라는 것이 더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렇기에 평범한 국민 중 한 사람이 스스로를 먼지 같은 존재(塵人)라며 나타나 써놓은 청와대 국민청원인 ‘시무 7조’에 대한 열광적인 공감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정부 정책 담당자는 자고로 스스로의 정치 철학과 이상이 아무리 높고 고상할지라도, 국민의 삶이 평안하지 못하면 그 대단한 정치 철학과 이상은 아무것도 아닌 허상에 불과함을 명심해야 한다. 천지는 영원히 변함없이 계속되지만 우리 이 몸은 두 번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기에(天地有萬古, 此身不再得), 정치는 결국 영속되어야 할 한반도에 존재하는 전체 국민의 안녕(安寧)을 위한 수단이어야만 한다.

논어 위정편에 공자가 정치를 이야기한 대목이 있다. “오직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하며 이를 정사에 반영시켜라(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이 또한 정치를 하는 것인데 어찌 관직에 나가야만 정치를 한다고 하겠는가(是亦爲政, 奚基爲爲政)”라며 반문하고 있다.

나도 여의도동을 떠나 서초동으로 다시 돌아왔다. 공자님 말씀에 따르면 국회에 있거나 없거나, 우리는 모두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모두 포용하기를 바라고, 국민 스스로도 각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기를 응원한다. 언제나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편안(安)하고 또 편안(寧)하기를 바라는 진심이었다.

안녕(安寧) 여의도동, 그리고 안녕(安寧) 서초동.

 

 

/배수득 변호사
전 국회 비서관·법무법인 청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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