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줄였다. 일주일에 술을 안 마신 날보다 마신 날이 더 많았던 적이 있다. 나이가 드니 술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술에 진 다음 날 오는 것이 숙취다. 술은 줄었지만 숙취는 늘었다. 술을 끊어야지 다짐하며 먹는 것이 해장국이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해장의 시원함도 아는 사람일 것이다. 해장으로 술이 깨면 다시 술을 찾는 것이 진정한 애주가의 일상이다. 그런 애주가들에게 꼭 필요한 비급서가 바로 미깡의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 아닌가 싶다. 작가 미깡은 웹툰 작가로 더 유명하다.

애주가이자 미식가인 작가는 해장의 역사에서부터 효능, 그리고 지역별 대표 해장음식과 세계의 해장음식, 그리고 다양한 해장 방법까지 소개한다. 가히 해장에 관한 백서가 아닌가 싶다. 미국인은 과일주스나 꿀물로, 영국인은 블러드메리 칵테일, 일본은 우메보시(매실 절임) 오차즈케(녹차밥)로 해장을 한다는 사실은 ‘난이도 하’에 속한다. 독일인의 식초와 소금에 절인 청어 살코기 요리인 ‘롤몹스’로, 이탈리아인은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로, 폴란드는 피클 국물을 해장음식으로 먹는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난이도 상’의 지식이다. 해장음식의 ‘알쓸신잡’을 접하는 기분이다.

사실 해장음식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별미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영양가도 높고 맛도 좋은 음식들이 많다. 어떤 음식이든 서로 함께 앉아 식사한다는 것은 정을 나누는 일이다. 음식은 만드는 이의 정성과 손맛이 좌우한다. 작가는 숙취로 힘들었을 가족이나 벗을 위해 준비한 해장음식 속에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함께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렇다고 과음을 권하지는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체와 문장에 눈길이 갔다. 쉽고 감칠맛이 나는 요즘 유행하는 문투이다. 가볍게 보이지만 글쓴이의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작가에게는 가장 어려운 과제다. 가벼운 일상의 주제 속에서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하는 것도 요즘 글쓰기의 트렌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단한 일상의 숙취를 잊게 해주는 ‘삶의 해장국’과 같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업무 특성상 술을 많이 마시는 직업이 법조인들이라고 들은 바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검사, 변호사들이 과음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곤 한다. 술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숙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술을 과히 즐기지 않는다고 해도 맛집 소개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술자리나 지인들 간의 대화 주제로도 재미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요즘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술꾼 도시 처녀들(미깡, 위즈덤 하우스)』 - 35세 동갑내기 세 친구가 펼치는 민간인 음주 사찰 웹툰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허영만, 가디언)』 - 만화가 허영만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소박한 동네 밥상 평론

 

 

/장훈 전 서울특별시 소통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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