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하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혁신을 통해 진화하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이슈들과 마주하게 되고, 법적인 문제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사한 사례가 있는 경우에는 관련 판례나 유권해석 등을 참고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선례가 없는 새로운 사건에서는 어떨까요?

처음 사내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할 때에는 제가 전문적이지 못한 분야에 관하여 로펌들과 회의 시 의견을 내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의견에 확신이 없어 무지가 들통날 것 같았고, 회의 자리에 계시는 많은 전문가나 실무자들이 얕잡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선례가 없는 사건에서는 더더욱 조심하였습니다. 전문가들도 뾰족한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던 한 사건이 있었는데, 관련 회의에서 이를 어떻게든 해결 해보기 위해 법률전문가가 아닌 실무자가 법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들을 계속 던졌습니다. 의뢰인으로서 궁금한 사항을 마음껏 물어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를 법리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자존심과 일시적인 부끄러움 때문에 아무런 아이디어나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을 반성했습니다. 어떻게든 사건을 잘 해결해야할 사내변호사가 사건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는 점이 너무 부끄러웠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는 달나라 이야기라도 좋으니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실마리라도 될 수 있다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던져보고 발전시켜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사내변호사로서 전문성은 당연히 기본이 되어야 하겠지만, 로펌들과 협업할 때에는 의뢰인이기도 합니다. 특히 선례가 없어서 해결 방법이 뚜렷하지 않을 때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두려움에 의견을 내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달나라 이야기라도 좋으니 의뢰인으로서 마음껏 의견을 제시하여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상현 변호사

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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