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저작권 침해를 당하더라도 그 침해자를 특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현행 저작권법은 ‘복제·전송자에 관한 정보제공청구(제103조의3)’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것으로 미국 저작권법은 침해자에 대한 ‘정보제출명령(subpoena)’ 제도를, 일본은 특별법 속에 ‘발신자 정보개시’ 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 제도는 법원을 통해 침해자의 특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 받는 ‘사법절차’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우리 정보제공청구 제도는 ‘사법절차’가 아닌 ‘준(準)사법절차’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즉 우리 정보제공청구 제도는 권리주장자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 약칭 OSP)로부터 정보제공요청을 거절 당한 경우 권리주장자가 문체부장관에게 OSP에 대한 정보제공명령을 청구하고, 문체부장관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제공명령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제도의 핵심은 ‘심의위원회의 심의’에 있다.

그런데 현행 저작권법 제122조의6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규정에서는 제1항에서 정보제공청구(제103조의3), 삭제명령(제133조의2), 시정권고(제133조의3)에 따른 심의를 위하여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심의위원회를 둔다는 것과 제6항에서 심의위원회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분과위원회를 두고 분과위원회가 심의위원회로부터 위임받은 사항을 의결한 경우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의결로 본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그 밖에 저작권법 어디에도 준(準)사법절차에 부합하도록 정보제공청구와 관련하여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규정하는 구체적인 조문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지금처럼 정보제공청구 제도와 관련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내부 조직규정에서만 규율한다면, 인사권자가 정보제공청구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여하에 따라 제도 운영이 좌우되어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사건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초 문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심의위원회의 심의’에서 연간 55만여 건의 시정권고와 8000여 건의 정보제공청구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정보제공청구 제도의 합리적 운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더 늦기 전에 정보제공청구 제도가 준(準)사법절차에 부합하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심의위원회의 심의’에 관한 제도 보완에 서둘러야 한다.

만일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정보제공청구 제도의 보완이 불가능하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아예 정보제공청구 제도 자체를 법원으로 이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