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동파(蘇軾 東坡, 1037~1101; 이하 ‘소동파’)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중국 음식 ‘동파육(東坡肉, 둥포러우)’이다. 북송 시기를 대표하는 문학가였던 소동파는 전설적인 미식가로 백성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마음으로 유명하다. 항저우에서 벼슬할 당시 큰 홍수가 나자, 백성들을 위해 교량을 건설하였고 어진 정치에 감복한 항저우 백성들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그에게 이를 바쳤다. 이에 소동파는 돼지고기를 네모나게 썰어 푹 익혀 교량 건설에 참가한 인부들과 나눴는데, 이러한 애민정신이 동파육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림 1. 소동파 초상
그림 1. 소동파 초상
그림 2. 소동파가 개발했다는 동파육
그림 2. 소동파가 개발했다는 동파육

소동파가 최근 유명해진 것은 사라졌던 소동파의 그림 ‘목석도(木石圖)’가 2018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670억 원(4억 63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소동파가 누구길래 천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인기몰이를 하는 걸까. 실제 필자가 근무하는 성균관대박물관에서도 5일간 공개한 소동파의 실물작품(眞籍) ‘백수산불적사유기(白水山佛跡寺遊記)’를 보기 위해 언론 공개 1시간 만에 전화 예약이 마감될 만큼 소동파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림 3. 사라졌던 소동파의 그림 목석도(木石圖)
그림 3. 사라졌던 소동파의 그림 목석도(木石圖)
그림 4. 성균관대학교박물관에서 최초공개한 소동파의 백수산불적사유기
그림 4. 성균관대학교박물관에서 최초공개한 소동파의 백수산불적사유기

소동파는 서정적이었던 당시(唐詩)에서 벗어나 철학적 요소가 짙은 새로운 시경(詩境)을 개척한 인물로 불후의 명곡 ‘적벽부(赤壁賦)’에 여유로운 미감이 담겨 있다.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 표주박 술잔 들어 서로 권하니 / 하루살이 짧은 인생 천지간에 부쳐 두고 / 끝 없는 대해의 한 알 좁쌀인즉 / 내 삶이 한순간임을 슬퍼하고 / 장강 끝없이 흘러감을 부러워한다오.”

이 안에는 도가 미학의 유유자적(悠悠自適)과 소요자재(逍遙自在)의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천천히 거닐며 어떠한 속박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삶, 세속과 명리에 급급하지 않고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삶을 노래한 것이다. 자연과 일상에 대한 미학이 담긴 적벽부는 당쟁의 여파로 황저우(黃州)에 유배된 시절, 적벽에 뱃놀이를 가서 지은 소회이기에 더욱 배울 점이 많다. 우리는 이렇듯 소동파를 알지만 진짜 소동파가 왜 천년 뒤까지 회자되는지 알지 못한다.

부유한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22세 때 이미 최고 문장가 구양수의 눈에 들었던 소동파. 두 차례에 걸친 12년간의 유배 생활 속에서도 정치적인 고달픔을 딛고 문학적으로 풍부한 업적을 남긴 그의 삶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남기는 바가 상당하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년을 회자된 대문호가 추구해온 삶의 철학을 통해 우리가 사는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어떨까.

#성균관대박물관 소동파 연계전시 : 10월 4일 ~ 2021년 5월 29일, 주말·공휴일 휴관(전화 02-760-1322)

 

* 성균관대학교박물관 소동파 관련 전시 온라인 뷰잉룸

온라인 전시링크 https://gallery.v.daum.net/p/premium/sodongpa
성균관대학교박물관 https://swb.skku.edu/museum/

 

/안현정 예술철학박사

성균관대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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