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가 되고 나서 많이 들었을 법한 여러 말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바로, 법률가의 역할은 주어진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정하여, 법률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과정으로서 정확한 사실관계의 확정을 위해서는 ‘세상 물정에 밝아야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법률가라는 직업군은 ‘자격’만을 소중히 여길 뿐, 굳이 ‘소양(素養)’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시대를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시를 합격하였다는 외관만 중시되었을 뿐 그 속의 알맹이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고, 그런 소양이 법률가로서의 삶에 큰 장애가 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법률가 개개인은 자신의 본질(本質)과 실체(實體)를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러한 평가는 곧장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하루 중 일과 대부분을 좁은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률가로서는 스스로 직접 접하는 경험은 한계가 있기에 열린 귀와 밝은 눈으로 실체관계를 꿰뚫어 바라보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성찰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어진 사건들을 처리함에 있어 법률가가 접하는 사건의 실체는 관련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나 그들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의도적으로 본인에게 불리한 것은 모두 빼고 진술할 수도 있기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보다 더 큰 문제는 당사자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 알려진 경험칙이나 지식 등을 법률가 본인만 잘 몰라 사실 인정을 잘못한다면, 그 변호사가 작성한 서면이나, 검찰의 수사결과 내지 법원의 판결은 그 신뢰가 땅에 떨어질 것이다.

독일의 형법학자이자 법철학자였던 구스타프 라드브루는 ‘법률가들에게는 법학의 지식 하나 하나에 대하여 인간과 인생에 관한 지식백과사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였는데 참 맞는 말이다. 더불어 「국부론」을 지은 애덤스미스는 「인간의 본질」이란 책에서 ‘법률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생활관계를 배워두어야 한다.’면서 인간이 인간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역겨운 짓을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를 배워야만 한다고 주창하였다.

이와 같이 법률가는 단지 법률적 지식에 정통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람 사는 사회에도 정통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대법원 로비 중앙 벽면에 있는 정의의 여신(Justitia)상에는 오른손에는 저울, 왼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서양의 정의의 여신상에는 왼손에는 저울, 오른 손에는 칼을 들고 눈을 가리고 있지만 발은 지구를 밟고 있으며 고정되어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이다. 이는 타인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하는 직업을 가진 법률가의 기본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사회의 움직임(변화)에 발 빠르게 맞추어 가야 한다는 의미로 법률가는 기본적으로 상식을 풍부하게 채득하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본 상식과 소양을 기르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공부다. 공부하는 인간(Homo Academicus)으로서 법률가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 타고난 숙명이라고 할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 학장을 오랜 기간 역임한 헨리 로소브스키 교수는 위와 같이 세상물정에 밝은 소양을 갖춘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보았다. ①겸허함: 철학가나 정치가의 사상을 공부하는 사람은 이러한 사상을 배경으로 가짐으로서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일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②인간성: 법률가는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③유연성: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흡수할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 ④비판정신: 법률가는 사회의 여러 가지 事象에 대하여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배우고 이를 이해함으로서 여러 사상들을 비판적으로 再考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⑤넓은 시야: 폭넓은 분야에 걸쳐 상세한 지식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여도 법학 이외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보다 넓은 시야에 둘 수 있다. 이러한 자질과 능력은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향상 될 수 있는 것이다.

로스쿨 교육은 물론 변협 연수 교육에서도 앞으로는 기본 교양, 토론과 설득, 소통의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며, 법률가 스스로도 하루하루 정진하는 마음으로 인간 사회의 통찰력을 연마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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