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듣는 노래가 있다. 기리보이의 ‘호랑이소굴’이 그것이다. 노랫말은 힙합 장르가 으레 그렇듯이,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는 내용이다. 후렴구로 이어지는 “나는 호랑이 소굴로 들어가”를 듣다 보면, 이 노래가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라는 옛 속담을 차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호랑이 굴’은 ‘위험이 가득하지만 피하지 않고 마주해야만 얻을 수 있는 성취가 존재하는 어떤 분야’의 비유이리라.

필자의 경우에는 송무 업무가 ‘호랑이 굴’이었다.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송무에서 1년,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2년 2개월을 보냈다. 초년 차 1년 만으로 송무를 제대로 맛보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두고 온 것들이 으레 그렇지만 송무에 대한 미련이 길게 남았다. 고민 끝에 다시 로펌으로 이직했다. 막상 로펌 합격 소식을 듣고는 잠이 오지 않았는데, 말 그대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주변의 동기와 선배들이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만류했다. 개인적으로 꼭 한 번은 거쳐 가야 할 과정 내지는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두려워하면서 첫 출근을 했고, 과연 많은 호랑이가 도사리고 있었다. 의뢰인을 위해 싸우는 게 주어진 일일 텐데, 싸워야 할 대상은 사방 천지에 있었다. 상대방 변호사와 싸우고, 담당 수사관이나 검사와 싸웠다. 필요하다면 의뢰인과도 싸웠고, 가끔은 나 자신과도 싸울 일이 생겼다. 싸움을 즐기지 않으면 여길 떠나야 했다. 많은 날을 ‘퇴근’이 아닌 ‘퇴각’하는 기분으로 지쳐 집에 돌아왔다. 쉴 수는 있어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일단 여기가 군대라고 생각하고, 1년만 버텨보자 했다. 힘들었던 군대도 1년을 버티니 그다음부터는 수월해졌던 경험 때문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온 지 이제 꼭 1년이 된다. 아직도 매 순간 부족함을 느끼고, 그래서 가끔 재미있고 자주 힘들다. 업무는 여전히 어렵다. (저년차의 개념이 명확하진 않으나) 벌써 5년 차니 저년차라는 수식어로 자신의 부족함을 정당화하기도 어려운 연차다. 그래도 호랑이 굴에서 살아남은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호랑이 굴에 들어온 용기와 그곳에서 버틴 끈기를 칭찬해주고 싶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난이 우리 모두의 삶을 힘겹게 하고 있다. 변호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칭찬이 필요하다. 그것이 자찬(自讚)일지라도 말이다. SBS 라디오 허지웅쇼 오프닝 멘트 중 일부를 인용하자면 “여러분은 자기 자신과 누군가를 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삶의 파수꾼입니다. 여러분은 결코 쓸모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찬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칭찬해 주자. 오늘 하루도 당신은 당신 자신과 누군가를 살렸다. 고생 많았다. 그 모범을 보이기 위해 이 긴 글을 썼다.

 

 

/김우중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유)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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