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행위”
부모와 별거해도 ‘장남’이면 가족수당 지급도 문제

남성 중심 고정관념에 따른 차별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관행은 차별”이라면서 “외조부모 사망 시에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난 8일 전했다.

A 운수주식회사는 친조부모 사망 시에는 2일 유급휴가를 부여했으나, 외조부모 사망 시에는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사건 진정인은 “단체협약에 ‘조부모 상사’ 관련 내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조부모 사망 시 유급 경조사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건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민법은 모의 혈족과 부의 혈족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라며 “조부모는 ‘외조부모’와 ‘친조부모’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이므로 모의 직계존속인 ‘외조부모’와 부의 직계존속인 ‘친조부모’는 동등한 지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관행은 여전히 부계혈통, 남성 중심으로 장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념에 근거한 것”이라면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장남에게만 부모와 같이 살지 않아도 가족수당을 지급하는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장남에게만 가족수당을 지급한 B 공단은 직계존속 부양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대체로 장남에게 치중되었던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노동조합과 협의가 필요한 점 등을 이유로 당장 개선이 어렵다고 회신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가족 기능이나 가족원 역할 분담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달라졌다”면서 “출생순서와 성별에 따라 가족수당 지급을 달리 하는 건 여전히 장남을 부양의무자로 보는 호주제도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는 A 운수주식회사와 B 공단에 관련 규정 및 관행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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