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자 법률신문에 “구속영장 심사 결과 통지… 변호사만 ‘깜깜이’”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고 문뜩 비단 구속영장 심사 결과 뿐이랴 하는 생각이 일었다. 형사사건을 맡아 진행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사관이 고객에게 전화하여 다짜고짜 다음 날 나오라고 하거나 고객이 처분결과를 먼저 알아서 난감한 적이 있는데…. 그뿐만 아니라 왜 이렇게 수사가 지지부진하냐며 수사진행상황 등을 물어보는 고객에 대하여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눈만 껌뻑껌뻑…. 그야말로 이것도 깜깜이 저것도 깜깜이다.

일전엔 미 법무부가 해외부패방지법(FCPA) 사건과 관련하여 피의자를 대리하는 로펌에 보낸 불기소장(declination letter)을 접하곤 “우리나라도 변호인에게 불기소장을 보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현행 법체계하에서 반드시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않을까. 대국민서비스 차원에서 처분결과 수령장소를 변호사 사무실로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성매매 사건과 같이 민감한 사건의 처분결과를 다른 가족이 먼저 수령하여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텐데. 물론 위 미국 법무부 불기소장에 나오는 “Dear Counsel (친애하는 변호사님)”이란 문구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한번은 변호인의견서 제출 후 검사님을 직접 만나 억울함을 말해 달라는 고객의 부탁도 있고 검사님이 과연 의견서를 보셨을지 걱정도 되고, 글로는 다 하지 못하는 사건 이면의 내용도 있어 한 번 찾아 뵙고 설명드리겠다고 하자 검사실 실무관이 “우리 검사님은 변호사를 잘 안 만나십니다. 더 하시고 싶으신 말이 있으면 서면으로 제출해 주세요”라고 직접 면담을 거절해 버린다. 무참한 거절을 당하고 나서 최소한 한 번의 구두변론은 가능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었다. 나 같은 변호사분들이 꽤 있었는지 최근 ‘검찰사건사무규칙’이 개정되어 변호인이 검사를 상대로 변론을 요청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일정, 시간, 방식 등을 협의하여 변론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제9조의6)이 신설되었다고 한다.

국민이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유는 물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지만, 당장 갑자기 불쑥불쑥 닥쳐오는 일에 당황하지 않고 놀라지 않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고객으로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변호사가 고객을 대신하여 모든 수사기관의 연락을 직접 받아 소환 일자 및 제출서류도 협의하고, 고객이 하고 싶은 말을 제때 전달하고, 사건처분결과도 미리 알아 전달해 준다면 결과의 향방과 상관없이 제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거대담론에 사로잡혀 국민의 실질적인 권익 보호에 별 영향도 없는 쟁점에 매달리지 말고 현재도 이미 제도로서 보장되어 있는 것들을 좀 더 실질적인 것이 되도록 다듬고 보완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사법개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최성진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유)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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