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트르(Jean-Paul Sartre)는 “인생이란 출생(B=birth)과 죽음(D=death) 사이의 선택(C=choice)이다”라고 말했다(Life is BCD). 여러 가지 가능성 속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들 중 최선의 것의 가치가 바로 기회비용인 것이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은 적절한 시점에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자는 벼슬길에 나아가고 물러남에 있어서도 출처진퇴(出處進退)를 분명히 한다. 일본의 프로기사인 오다케 히데오(大竹英雄)는 “바둑은 지더라도 추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하여 적절한 시점에 돌을 던지는 타이밍의 미학으로 유명하다.

“태양이 빛날 때 건초를 말려라”는 서양 속담은 타이밍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경구이다. 불가(佛家)에서 자주 쓰는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일생에 단 한번 만나는 소중한 인연이라는 뜻이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교양과 식견을 갖춘 사람은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勿失好機), 타이밍에 맞게 적절히 선택하여 새로운 성취와 삶의 변곡점을 이루기도 한다.

군자의 중용은 시중(君子而時中)이고, 소인의 반중용은 무기탄(小人而無忌憚也)이라고 중용(中庸)에서 밝히고 있다. 교양과 식견을 갖춘 군자는 때를 알고 있어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중용을 지키고 실천한다. 그런데 소인은 중용에 반하는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존재인 것이다. 공자는 논어 맨 마지막 요왈(堯曰) 편에서 “천명을 알 수 없으면 군자가 될 수 없다(不知命 無以爲君子也)”고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분수를 지키며 살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자신의 소명과 전성기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이 부는 때를 알고 화공(火攻)으로 조조의 백만대군을 격파한 것은 천시(天時)를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제갈량의 라이벌인 사마의는 도회지계(韜晦之計)로 은인자중하면서 때가 올 때까지 자신의 역량을 키워 삼국지의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앤서니 라빈스(Anthony Robbins)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는 책에서 ‘나이아가라 증후군’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 증후군은 제 때에 노를 저어야 하고, 너무 늦게 저으면 배가 나이아가라 폭포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적시에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실기하면 크게 낭패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국가사회의 지도자로 헌신하려면 역사 인식과 시대정신(Zeitgeist)이라는 천시를 알고 타이밍에 맞는 행동과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時中之道).

/김용섭 전북대 법전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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