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 복잡한 사건처리에 골몰하고 있는 동료 법조인들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하여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며 쉴 시간을 드리려고 한다.

각설하고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니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다. 대학동기 동창생들이 매달 18(18회 졸업생이라 18일로 지정) 저녁에 모여 고기도 구워, 소주 1잔 마시며 희희낙락하던 시절이다. 고속도로 옆에 있는 신사동식당, 강남역 부근에 있는 식당 등으로 옮겨 다니며 1520명 정도가 모여 놀았다. 어느 날은 내가 친구 1명과 둘이서 제일 늦게 일어나 밖으로 나가니 내 신발이 없는 게 아닌가! 종업원 총각에게 신발이 어디 있나? 하고 물었더니 잘 찾아보세요. 그래서 아무 신발이나 신고 가지 않을 수 없고 구두 1켤레가 보이기에 신고 걸어 나가니 그 총각 : “아저씨! 그건 제 신발이에요!” 하고 큰소리로 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또 열심히 남아있는 신발을 겨우 찾아 신고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내 신발이 아니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고 곰곰 생각하여 보니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 나쁜 사람과 사귀면 물들기 쉽다)이라든지 근자지소행(近者之所行: 가까운 사람의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술 마시다가 마지막으로 같이 일어서서 나온 친구를 일단 용의자(?)로 지목하고 전화를 걸어서 어이 박00 동문, 당신 어제저녁 신고 간 그 신발이 당신 발에 맞던가?“ : ”그래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친구와 낮 12:00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 제 신발을 각자 찾아 신고 헤어졌다. 생각건대 그 친구가 나보다 소주를 최소한 1잔은 더 마셨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없이 남의 신발을 신고 갔으니---.

2. 두어 달 뒤 이번에는 강남역 동북쪽 언덕에 있는 꽤 큰 00삼정이라는 식당에서 같은 동문 모임에서 일어난 일. 오늘은 손님들을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하네. 올라갈 때 여자 종업원에게 내가 신발을 잘 잃어버리는 사람이니, 특별히 부탁한다. 이 신발을 철저히 간수하여 달라.”고 말하면서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올라갔다. 친구들과 떠들고 웃고 술 마시고, 모임이 끝나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신발장에 내 신발이 보이지 않는다. 그 종업원 여자에게 왜 내 신발이 없노!” 하였더니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정말 난감하네. 그 대신 스위스제 발리(Bally) 신발(새 것) 한 켤레가 신장에 남아있다. 여자직원은 이것이라도 신고 가셔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하는 수 없지. 못이기는 체하면서 신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생각하여 보니,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아 운전기사에게 그 식당에 전화 걸어 신발 찾는 손님 있을 것이니---알아보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찾는 손님이 있다는 것. 그래서 기사에게 부탁하여 명품신발을 돌려보내고 나의 신발을 찾아 가지고 왔다. 이래저래 나보다 더 취한 손님, 정신없는 사람들 때문에 내 신발만 잃어버리고 되찾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3. 이것은 1970년대 중반 재경 00중학교 총동문회 모임에서 벌어진 일. 이번에는 신발이 아니라 나의 저고리를 어떤 사람이 먼저 입고 가버린 것. 색깔은 비슷하나 팔 길이가 좀 짧은 옷이 하나 옷걸이에 남아있기에, 옷을 안 입고 나갈 수는 없고 일단 이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옷을 다음날 살펴보니 중학교 2년 선배 P형의 옷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정오에(간첩이 접선하듯이) 만나 서로 자기 옷을 찾아 바꾸어 입은 것까지는 좋았다. 헤어지고 나서 좀 있으니 그 선배 전화 : “박 판사 어제 귀가할 때, 택시 타고 안 갔나?” “왜 그러세요. 제가 버스를 타고 갔어요.” 알고 보니 자기 옷의 호주머니가 찢어져 지갑이 분실된 것. 그 선배는 그날 거래처에서 수금하여 어음 수표 등 23백만 원이 호주머니에 들어 있어서 기분 좋게 은사님에게 2차로 가서 술 한 잔 대접하려고 시도. 2 술집에 들어가 앉아 저고리 안의 호주머니에 보니 자기지갑이 없음을 발견하고 낭패를 당한 모양. 판사의 지갑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을 터이니! 그래서 나는 선배의 잃어버린 돈을 물어주어야 할 판인데, 정말 난감. 지갑 속의 현찰은 소매치기가 빼어갔을 것이고 어음이나 수표는 버렸을 것이니---공시최고 신청을 하여 제권판결을 받아드렸다.

끝으로 농담 한 마디. 80세 노인에게 막내딸(3)이 있었고, 그 딸의 이름이 마침 정신이다. 정신이의 동급생 친구 영옥이가 전화. 그 노인이 받았다. 영옥 ; “정신이 집이죠? 정신이 있어요?” 노인 : “지금 정신이 없다.” 영옥 : “정신이 언제쯤 돌아오나요?” 노인 : “애가 워낙 들락날락하니 정신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

 

아래 농담은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다.

아내가 출근하는 남편에게 쓰레기를 좀 버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이 남편 한 손에는 자동차 열쇠, 또 한 손에는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가다가 아파트 쓰레기통에 자동차 열쇠를 버리고 말았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던 남편이 아내에게 전화 ; “여보 넥타이 1개 헬스클럽으로 갖다 줘요.” 급히 달려온 아내, 그녀의 손에 넥타이는 들려있지 않았다. 그 아내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옷장에서 넥타이를 1개 골라 손에 쥐고 현관으로 나가 신을 찾아 신고, 전깃불을 끄고 하느라고 넥타이를 바닥에 놓아둔 채, 남편에게로 그대로 달려간 것. 어떤 부부가 자동차를 운전하고 병원에 문병 가서 남편이 아내에게 여보 내가 차를 지하에 주차시켜놓고 올라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요. 같이 문상 가게.” 남편이 조금 후 병원 현관입구로 올라왔으나 아내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기웃거리며 찾아도 보이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혹시나 하고 집으로 전화. 아내는 집에서 전화를 받는 게 아닌가! 아내 : “병원 현관 앞에서 서 있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오지 않던 택시가 금방 나타나기에 얼른 타고 집으로 왔지요!”

 

 

 

/박동섭 변호사

법무법인 새한양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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