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주에 위치한 시러큐스 로스쿨은 2019년 온라인 교육을 통해 JD 학위를 수여하는 프로그램(JDinteractive)을 개설했다. 미국변호사협회 인증을 받아(ABA-accredited) 양방향 실시간 온라인 교육을 통해 정식으로 JD 학위를 수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대세인 상황을 감안할 때 21세기 로스쿨 교육을 선도하는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메리칸 대학 로스쿨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등과 관련된 법적 쟁점에 대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애리조나대 로스쿨의 스포츠 분야 협상 프로그램은 협상의 이론, 전략, 실무 등의 집중 교육을 통해 관련 법률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베일러 로스쿨의 리걸 맵메이커(Legal Mapmaker)는 학생들이 적은 비용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는 실제적 교육을 제공하는 혁신적 프로그램이다. 브리검 영 대학 로스쿨은 로엑스(LawX)라는 이름의 혁신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개발한 솔로수트(SoloSuit)라는 온라인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채권추심 소송을 수행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됨으로써 로엑스 프로젝트는 2018 사이버 혁신가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1817년 하버드 로스쿨 설립 이후로만 계산해도 미국 로스쿨의 역사는 200년이 넘는다. 그동안 고비마다 교육 프로그램 등에서 혁신을 계속해 온 미국의 로스쿨이지만 21세기를 맞아 엄청난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는 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다 소개하기 어려운 미국 로스쿨의 혁신 노력을 곁눈질 하며 우리 로스쿨을 바라볼 때 한숨이 나온다. 미국식 로스쿨을 표방한 우리 로스쿨이 과연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10여 년의 일천한 역사를 가진 우리 로스쿨을 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운영될 경우 변화하는 세상에 응답하는 로스쿨의 혁신적 프로그램 개설과 교육은 언감생심이다.

로스쿨을 둘러싼 논의의 중심은 여전히 변시 합격률이다. 교수도 학생도 변시를 염두에 두지 않은 교육은 불가능하다. 현존하는 강의조차 변시와 무관한 과목은 폐강의 운명을 맞는 게 현실이다. 로스쿨 설립 목적인 학생들의 다양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학교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살아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로스쿨 관련 논의가 변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요원한 일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그 방안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기왕 도입한 로스쿨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하는 노력은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