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11일부터 7월 21일까지 40일간 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상법 개정안의 경우 지난 2013년에 입법예고 되었으나 결국 개정에 이르지 못하였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경우 2020년 4월 절차법제 일부만 개정되고 나머지는 제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었다. 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제21대 국회의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한, 금번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실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의 확실시된다.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소수주주권 보호 등으로 요약된다. 법무부는 금번 개정으로 대주주의 사익추구행위를 방지하고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도입취지인 ‘소수주주 보호’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모르나 여러 ‘먹튀’ 선례를 남긴 외국 투기자본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우선 투기 자본들이 모회사의 주식을 소송에 필요한 최소한만 확보하여 다중대표소송을 빌미로 자회사의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다. 특히 자회사의 경영진이 소송 시비에 휘말리게 되면 판결 결과에 상관없이 이들의 과감한 투자 및 적극적 경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분리선출 방식에 따라 최소 1인 이상을 사외이사 감사위원으로 분리 선임하게 되면,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룰(이하 ‘3%룰’)이 적용되지 않는 이사 선임 없이 바로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3%룰이 적용된다. 이 경우 소수주주가 연합한 투기자본세력이 종전 규정으로는 쉽사리 선임될 수 없었던 자신의 측근인 감사위원을 회사에 선임시킨다면,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감사의 권한으로 회사기밀을 경쟁사에 유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상장회사에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상법 제542조의2 제2항 특례우선규정에 따라 해당 권리별 0.01%~1.5%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여야 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규정(지분요건 1%~3% 이상)과 특례규정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다. 한국경제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주식 보유 기간이 세계적으로 네 번째로 짧다고 하는데, 앞으로 6개월 이상 보유요건이 풀린 소수주주권의 행사는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한편 공정거래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전속고발제 개편(경성담합 한정),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정보교환 부당공동행위 추가 신설 등으로 요약된다.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4가지 유형의 경성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 없이 검찰이 수사·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속고발제 개편은 실효성은 차치하고라도 공정위의 전문적인 판단 없는 검찰 수사로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상법상 다중대표소송 도입 및 소수주주권 선택적용과 맞물려 시민단체나 경쟁사업자의 무분별한 남소가 예상되고, 특히나 법적 대응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사익편취 규제의 경우, 이를 지금도 상법상 ‘이사의 자기거래금지’ ‘회사의 기회유용금지’와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으로 충분히 규제하고 있고 그간 대기업의 내부적인 자정작용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실태 조사 없이 추진되었다는 비판이 많다. 또 일감 몰아주기 정책이 자회사의 지분을 축소토록 유도하는 반면, 지주회사 정책은 자회사 지분을 높이도록 하고 있어 수범자의 혼란을 초래한다.

정보교환 부당공동행위의 경우에도 현행법상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일반규정(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9호)이 존재하고, 이미 동법 동조 제5항에서 ‘2 이상의 사업자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부당공동행위로 법률상 추정하고 있으므로 굳이 조항을 신설한 의미가 부족해 보인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2018년부터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나서 각 종 포럼에서 이를 설명하는 등 39년 만의 전면개정이며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현대화’ ‘혁신성장의 시대적 부응에 따른 생태계 구축’ 등의 문구로 표방되어 왔다. 하지만 2011년 공식화된 용어인 ‘지식재산권’이 아닌 ‘무체재산권’이라는 표현이 아직도 조항상에 난무하며, 저명한 경쟁법학자들이 선행 연구한 온라인 플랫폼, 표준필수특허, 데이터 독점 등의 개념은 법상으로 전혀 기술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금번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과 산업계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총수 일가와 대기업 집단을 규제하는 시책에만 편향적이지 않나 싶다. 물론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와 탈법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원칙론에는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미증유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대기업의 부담만 가중 시킨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함이 자명하다. 차기 개정은 보여주기식 여론 입법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선도 입법이 되기를 희망한다.

 

 

/신성민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로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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