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 우리나라는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살아 꿈틀거리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국가다. 그런 국가에서 언제나 큰 화두는 정치다. 작금의 정치적 상황은 코로나19 출현과 맞물려 마치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나라 밖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이 벌어졌고, 안으로는 난세를 극복하고자 많은 학파와 학설이 생겨나며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일어났다. 결국 500년간 이어진 난세의 승자는 시황제의 진나라가 차지했으며 통일 대업의 밑바탕엔 한비자가 있었다.

한비자의 법가사상은 법과 술(術:법을 행하는 수단)로써 이루어져 있으며, 명(名:명령)과 형(形:실적)의 일치·불일치에 의한 시비의 판단을 술의 중요 요소로 하고 법의 엄중한 이행을 목표로 했다. 춘추전국시대 한(韓)의 공자의 법가사상, 전국시대 말 상앙(商鞅)의 법, 신불해(申不害)의 술(術), 신도(愼到)의 세(勢) 등 여러 가지 법가사상을 종합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 것이 바로 ‘한비자(韓非子)’다.

한비자가 강조한 사상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현명한 군주는 관리를 다스리지 백성을 직접 다스리지 않는다는 ‘명주치리불치민(明主治吏不治民)’이다. 세종과 정조 때 신하들이 가혹한 공무로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문헌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들은 공무원을 일 시키는 것이 치국평천하의 요체로 보았고, 실제 그 덕분에 태평성대를 일궈냈다. 세종과 정조는 공무원의 도덕성과 윤리성보다는 업무력을 중시한 군주이기도 했다. 둘째는 소통의 화두인 조달지도(條達之道)다. 조달지도는 현장의 생생한 여론이 중간에서 차단되거나 윤색되는 일 없이 곧바로 최상층부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인재를 등용할 땐 사사로이 채용하거나 사적인 원한을 공적인 일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당파를 불문하고 각자 지닌 능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군주의 덕목인 것이다. 마지막은 명확한 상벌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법이며 이를 어지럽히는 근원은 사사로움이기에 법이 제대로 서면 사사로운 짓을 못 하고, 자애롭기만 하면 법령이 서지 못하고, 위엄이 적으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침해하게 되어 영이 서지 않는다.

법조인 출신 두 번째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 가는 지금 어찌 보면 법치주의의 확립과 실천이야말로 가장 쉬운 국가 경영방법이 아닐 수 없다. 입법부,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비자는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로지 상벌만 명확하고 엄격하게 지켜진다면 점차 백성들의 신뢰를 얻게 되고, 신하는 성심을 다해 직무를 수행하게 되기에 가장 튼튼한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역설했다. 작금의 위정자들이 한비자를 한번 정독하면 좋겠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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