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안 된다고 하는 조직’

법무 외 직군에 있는 지인들에게 법무팀이나 사내변호사에 대한 인상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었습니다. 어떤 지인은 ‘법무조직은 YES맨만 넘치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NO맨만 있는 부서’라는 조금은 냉소적인 비유를 하기도 했습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사내변호사와 법무조직이 현업에 부정적인 이미지라는 것만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산업군이든지 기업에서의 사업부서들은 대부분 더 공격적으로 영업하거나, 마케팅을 해서 시장에서 성과를 창출하고 싶어합니다. 그러한 현업에게는 자문을 구하는 사안마다 신중하게,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으로 답변을 내놓는 사내변호사들이 답답하다 못해 어깃장을 놓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도 많겠지요. 현업 부서들의 이러한 생각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저 역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회사에서 영업관리 직군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영업관리 직군으로 근무할 때는 법무조직은 ‘실무적인 현실을 모르고, 원칙만 내세우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쩌다 회사 내의 법무 교육을 받을 때면 ‘영업 현실과 동 떨어진 내용’이라며 한 귀로 흘리기도 했었고요. 당시 현업으로 느꼈던 이런 생각들이 사내변호사 첫 발을 내딛는 지금의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새내기 사내변호사’로서 추구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고민 끝에 저는 사무적인 태도보다는 함께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사내변호사로서 가져야 할 스스로의 첫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예전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사내변호사의 답변이 실무와 동떨어진다고 생각되지 않게 말이죠.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내변호사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입사 때 마음을 울리는 조언을 해주신 까마득한 법조 선배님의 말씀을 되새기고는 합니다.

“안 되는 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다. 안 된다면 해결책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사내변호사의 역할이다.”

 

 

/김용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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