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고, 그 시는 노래가 될 수 있다. 꼭 특별함이 있어야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 보통의 일상과 보통의 삶이 보통의 언어로 이어져, 예술이 되고 작품이 되는 것이다. 작사가 김이나는 이런 보통의 언어들이야말로 자신을 숨 쉬게 한다고 말한다.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은 살아있는 감상이 가득 담긴 책이다.

작가는 일상 언어들을 ‘관계의 언어’ ‘감정의 언어’ ‘자존감의 언어’로 나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실망하고 미움받는 일, 선을 긋고 적응하고, 비난하고 공감하는 일들은 일상의 관계에서 반복된다. 그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며 나와 상대의 관계를 지켜갈 수 있는지 담담하게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느닷없는 많은 일상의 감정들에 대해서도 그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곁에 두기를 권한다. 부끄러움은 그저 부끄러움으로, 슬픔과 서글픔과 서러움은 그 크기의 정도만큼 적당히, 외로움을 결핍이 아닌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소중히 여기자고 말한다.

결국 나를 자존감 있게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관계의 복잡함 속에서, 감정의 기복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결국 꿈, 호흡, 정체성, 창작과 같은 언어들이다. 이러한 언어들로 얻은 자존감으로 스스로를 “기특하다”고 토닥이고 위로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많은 구절 중에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살아남기’다. 수많은 명곡 제조 작사가도 ‘한계의 벽’에 부딪힌다고 고백한다. 누구라도 영원히 근사한 채로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때 포기하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되도록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자존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삶의 축적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고, 성공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빛나는 재능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살아남기’다. 금 밖으로 나가면 게임이 끝나는 동그라미 안에서 변두리로 밀려나 휘청거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고,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올 것이다. 그때 볼품없이 두 팔을 휘저어가며 다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것, 그 멋없는 순간 스스로 겸연쩍어 선 밖으로 나가떨어진다면 잠깐은 폼날지언정 더 이상 플레이어가 될 순 없다.” 보통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참 희망을 주는 대목이다. 우리의 삶이 영웅 서사의 화려함과 장렬함이 없더라도 족히 훌륭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어 진한 밑줄을 긋게 된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 위로할 수 있어 좋았다. 함께 살아가는 주위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법조문의 딱딱함을 벗어나, 편안한 휴식 같은 언어를 만나고 싶은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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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문장들(성석제, 창비)』 - 소설가 성석제가 추천하는 동서고금 명문장 모음집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미셀 투르니에, 한뜻)』 - 프랑스 문학의 거장, 미셀투르니에의 신화적 상상력이 번득이는 에세이

 

 

/장훈 전 서울특별시 소통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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