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양육 과정을 거쳐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은 교육 과정을 거쳐 차츰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되더라도 요(堯)임금 순(舜)임금 같은 전설 속에서나 만날 것만 같은 인물을 제외하고는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 개인은 항상 합리적일 수는 없기에 현대사회는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어 그 위험을 대비하고 보완했다. 사회공동체가 쉽게 무너지지 않게 하고자 여러 가지 장치를 법률 속에 마련한 것이다. 어쩌면 절차는 시스템이고, 최악을 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김치찌개를 해보면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나고, 불고기도 키위와 양파를 갈아 하루 재워 숙성해 둔 것이 더 맛있다. 요리에는 ‘시간’이라는 최고의 레시피를 더해야만 완성되는 것이다.

법 중의 법인 헌법도 마찬가지다. 최고법인 대한민국헌법에 ‘절차’라는 단어는 여섯 개 조문에 총 아홉 번 나온다. 그것은 실체만큼이나 절차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동사건 수행을 다수 해본 경험상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해고처분은 대부분 무효가 되고, 해고 사유가 존재하는지 실체 판단은 따져볼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부당해고 사건을 대리하면 늘 절차부터 적정했는지 살펴보는 게 습관이 됐다. 우리 사회 일상 곳곳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것을 합리적 행위로 평가되기 위한 마땅하고 필수적 요건으로 보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 속담은 2020년 오늘날에는 더 이상 공감할 수 없는 말이 되었다. 나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생각은 이미 정답이 아니다. 그래서 늘 열린 자세로 경청해야만 겨우 오답을 면할 수 있다.

국회에 오고 의원님을 통해서 노동 실무에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한 개선 소망을 담아 임신기여성, 경력단절여성, 난임치료 근로자의 처우개선 및 사업주에 대한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조세특례제한법, 고용보험법, 근로자의날법 등에 대한 개정안을 준비했다.

인구절벽 앞에 가장 먼저 보완되어야 하는 법들부터 만들었다. 맹세코 좋은 취지로 만든 법률안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국회의 숙의 절차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힘을 모아 소홀히 한 부분은 없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상충하는 타법이 없는지, 사회적 부작용이나 반작용은 없는지 등이 심도 있게 검토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더 나은 법률안(法律案)으로 다듬어져 안(案)자를 떼고 공표되어 법률(法律)로 새롭게 태어나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그 사이사이로 골고루 스며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모여 발의되었다.

국회의 숙의 절차 기능이 정상화된다면, 더 뜨거워진 용광로 속에서 더 많은 내용의 논의와 이야기가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구 5000만이 탑승해 꿈을 키워 가는 우리 대한민국호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멋지지 않겠는가.

 

 

/배수득 변호사·국회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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