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전염병 사태로 인해, 상가의 임대료를 깎아주면 나라가 반을 낸다는 ‘착한 임대인’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낮춰주면 정부는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인데, 부자감세라는 여론의 비판도 있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릴 시기는 아니다.

한 때는 연 9%, 오늘날에는 연 5%씩 꼬박꼬박 오르던 상가 월세도 이제는 동결될 움직임이 보인다.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지원금 대책이 끊이질 않지만, 상인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내일의 걱정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다. 이에 일부 법조인들은 그 어렵다는 임대료감액청구권의 행사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속속 내고 있다. 성장일로만 걸어왔던 기성세대들에게 상가 임료가 떨어진다는 일은 상상조차 어렵겠지만, 눈앞의 현상은 그렇지 않다. 필자의 의견도 마찬가지로 임대료 감액청구권이 행사될 수 있고, 행사돼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임료의 감액 수준이야 구체적인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상인들로서는 구체적인 사정을 설명하고 일정한 비율을 정한 후, 상가 임대인에게 당당히 감액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며, 법원에서도 이를 적극 인정해야 한다.

한편, 일부 임대인들은 한 번 임대료가 일단 감액되면 연 5% 이상을 증액할 수 없다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강행적 적용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감액 합의를 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착한 임대인이 되고자 임료를 낮춰줬다가, 괜히 호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대인들은 매달 월세를 받는 날짜 며칠 전에 임료를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임차인을 배려하기도 한다. 호의와 권리, 그 사이 어디쯤엔가 상가 임대차 관계가 어정쩡하게 서있는 셈이다.

전염병 사태로 인한 감액청구권의 행사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입법자가 예정했던 감액청구권과는 성질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데, 조세와 공과금, 그 밖의 부담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변하는 것이지 일시적으로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입법자들은 ‘경제 사정의 변동’ 역시 큰 틀에서의 변동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상인들에게 아무런 감액청구권이 인정되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는 너무나 가혹하다. 호의에 기대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면, 그들은 사업이 아니라 구걸로 연명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 사정의 변동’을 넓게 해석해서 일시적인 변동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감액청구권의 행사로 인해 일시적으로 깎인 임료가 연 5% 초과인상금지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석하는 것 또한 곤란하다. 상가임대차법이 임료 인상의 상한을 강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큰 틀에서의 변동을 상정한 것이지, 일시적인 변동에 대한 계약의 적응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약정으로 연 5% 이상의 임료 증액이 일어나는 경우는 이미 존재한다. 예컨대, 수수료 매장의 예가 대표적이다. 수수료 매장이란 매출 대비 일정 비율을 임료로 정하는 것인데, 조합계약의 성격과 임대차계약의 성격이 혼합되어 있지만, 대체적으로 상가임대차의 규정이 적용된다. 신도시의 상권에 특히 이 수수료 매장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니 들어올 사람이 없고, 그렇다고 낮게 주자니 증액 상한 비율이 걸리기 때문이다. 흔히 알려진 스타벅스와 할리스커피와 같이 전문 커피 매장의 경우 10% 초반대의 수수료를 정해 매출로부터 임료를 상정하기도 하는데, 매출이 연5% 초과하여 오른다고 해도 법에선 딱히 이를 제재하지 않는다.

필자는 현행법 자체만으로도 상가 임차인에게 일시적인 감액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보고, 또한 이러한 상황이 타개되면 임대인에게 임료의 원상 회복을 구하는 청구권 또한 인정된다고 본다. 연 5%의 감액만으로 현재 상황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에, 임대인의 증액청구권도 이 사안에서는 5% 상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해석에 불분명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입법자는 즉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황재훈 변호사·만해법률사무소
파리13대학교 사법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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