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야산독서당”

광분첩석후중만(狂奔疊石吼重巒)

인어난분지척간(人語難分咫尺間)

상공시비성도이(常恐是非聲到耳)

고교유수진농산(故敎流水盡籠山)

신라의 대문장가인 최치원이 지은 시로, 교과서에도 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석하자면 “돌 서리를 마구 흘러 겹친 봉우리 사이 골에 마주 울리니, 남의 말하는 소리 지척인데도 알아듣기 어렵네. 옳으니 그르니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까 늘 두려워하여, 일부러 흐르는 물로 하여금 온 산을 둘러싸게 했구나(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라는 것인데,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은 “시적 화자가 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방향으로도 풀이된다. 얼마나 세상에 염증을 느꼈으면 사람들 싸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물을 둘러 쳤을까.

얼마 전 모 검사장과 부장검사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보니 위 시가 떠올랐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하고 이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했다고 하고, 심의·의결에 참여한 수사심의위원 15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을, 11명이 ‘불기소’ 의견을 내렸다고 하는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검 수사심의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계속하였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법이 부여한 검사의 권한이고,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불기소 권고를 받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장검사가 검사장에게 유형력까지 행사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는지는 의문이고,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행사한 유형력 치고는 그 정도가 과도한 것은 아니었는지도 의문이다.

검사장에게도 위와 같은 수사가 이루어지는데 수사 대상이 일반인이었다면 어떠하였을까. 국민들을 대하는 검찰 그리고 국가(공무원)의 관점은 어떠한 것일까.

한편으로는 형사사건에서는 고소인이나 피의자가 수사를 더 해 달라고 애원을 하여도 검·경은 요지부동이고, 언론에 이슈가 되는 사건 등 자신들이 수사하고 싶은 사건만 집중하고 서민들의 사건에는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평검사도 아니고 부장검사가 몸을 날려 가며 수사를 하는 열정으로 고소인과 피의자의 의견을 듣고 더 열심히 수사를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국가 최고 권력기관 중 하나이고 우리나라의 법질서를 바로 잡는 일을 하는 검찰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데, 다른 기관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낫겠는가.

뉴스만으로 소식을 접하여, 도대체가 무엇이 진실인지, 실제 상황은 어떠하였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으나, 이러한 사건들이 끊이질 아니하니 국민들이 국가를 믿기 참 어려운 것만은 분명하다.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세상, 뉴스를 보는 것이 참 답답한 세상에서, 제가야산독서당의 시구처럼 요즘 내리는 빗소리로 세상 어지러운 소리들을 가리고, 모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편안한 휴가를 즐겨야겠다.

 

 

/고봉민 변호사·대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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