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 수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원하지 않는 직무를 맡아 당혹스러워 하는 변호사들이 생기는 일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예상치 못한 업무 분장에 대한 불만이 만족으로 바뀌었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험사 법무팀을 다니다 금감원 경력직으로 입사한 저는 분쟁조정국으로 배치되었습니다. 변호사가 몇 명 없던 시절에는 법무실과 분쟁조정국에만 변호사가 있었다고 하지만, 회사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금감원까지 오는 민원은 실제 금융사에 접수되는 민원에 비해 훨씬 적은 숫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간 보험사에서 재직했음에도 보험 분쟁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액수가 크거나 선례가 될 정도의 사건이 아니라면 법무팀까지는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하게 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보람을 찾게 되었습니다. 특별약관을 보통약관처럼 해석해 온 보험사의 지급관행을 바꾸고 약관 개선을 검토하게 하거나, 분쟁조정위원회 안건 상정을 통해 금융 소비자에게 보다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보험사에서 근무할 때와 달리 금융상품을 직접 검토할 시간이 생긴 점도 기회였습니다.

이후 외환감독국에서도 예상치 않은 ‘외국환거래 위반사례집’ 개정 발간 작업을 통해 생소했던 외국환거래법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얻는 마찬가지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로러 잉걸스의 소설 ‘초원의 집’에는 개척지에서 강제로 이주하게 된 잉걸스 가족이 더이상 필요 없는 씨감자를 먹어버리며 감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처럼 돌아보면 쓸모없게 느낀 시간이 제 자신을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어준 경험이 많았습니다. 부당한 인사에 무조건 순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변호사 면허는 상당한 이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주변을 보더라도 사내변호사 전문성은 의외로 법무가 아닌 부분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재 원치 않는 업무로 버거운 시기를 보내고 계신 변호사님이 있다면 지금이 먼 미래의 자신에게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시간인지 생각해 보시며 마음을 다스리시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위보영 변호사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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