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문체부에서 저작권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모양이다. 이처럼 추측하는 이유는 개정안이 ‘대외비’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명색이 저작권법 연구자인지라 팔방으로 그 ‘대외비’ 자료를 입수하고자 노력했다. 가까스로 ‘제○차 초안’ 등으로 넘버링이 조금씩 다른 몇 가지 버전을 입수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작권법과 무관한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인격표지’라고 이름 붙여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려는 시도이다. 미국은 판례법이나 성문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데, 구체적 보호양상은 주(州)마다 다양하다. 같은 영미법계인 영국은 성문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지 않는다. ‘사칭통용(Passing Off)의 법리’를 비롯한 여러 개별 법리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것을 부분적으로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대륙법계인 독일과 일본에서는 판례를 통해 인격권의 법리로 퍼블리시티권에 상응하는 것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 하급심에서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인격권의 법리를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2010년 이후 판례 법리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저작권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려는 것은 법체계에 어긋나는 시도일 뿐 아니라 하급심 판례로 형성된 법리를 입법으로 뒤집으려는 과도한 입법적 개입이다.

다음으로 ‘확대된 집중관리(Extended Collective License, 약칭 ‘ECL’)’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이다. ECL은 이용대상이 되는 저작물의 권리자가 집중관리단체의 회원인지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도 해당 저작물의 이용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ECL은 집중관리의 효력을 비회원에게 확장하는 것으로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제도이다. 그러나 문체부는 ECL 제도가 북유럽 국가들에서 발달해온 사회·문화적 배경을 놓치고 있다. ECL의 입법적 정당성은 창작예술가를 위한 사회복지제도의 충실함에서 연유한다. 사회복지제도의 혜택을 입은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일부 양보하여 비회원에게도 집중관리의 효력이 미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창작예술가를 위한 사회복지제도가 미흡한 우리나라가 도입하기에는 그 입법적 정당성이 없는 제도이다. 문체부는 창작예술가를 위해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일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 밖에도 개정안에는 공공대출권 제도를 비롯한 다수의 ‘문제적 조항들’이 존재한다. “입법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 “바람직한 입법이 가능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문체부는 양자를 혼동하고 있다. 후자는 입법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이다. 몇 차례 공청회를 연다고 해서 결여된 정당성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는 금년 중에 개정 법률을 통과시키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법률은 부실한 입법을 초래할 뿐이다.

 

 

/박성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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