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어느 대형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수술을 받으면서 병원서비스에 대해 크게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당시 해당 수술에 대해 병원으로부터 들은 설명은 알 듯하다가 돌아서면 무슨 내용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어 답답하기 그지없었는데 다시 설명을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쉽지 않았다. 대기하는 환자들 때문에 처음 설명할 때도 차분히 물어보기 미안할 정도였는데 되묻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면담시간으로 정해진 시간 외에는 의사에게 따로 물어볼 수 있는 시스템도 전혀 없어 보였다. 답답한 마음에 몇 개의 키워드로 네이버 지식 검색을 했지만 내 상황에 맞는 내용인지 알 수 없어 역시 개운치 않았다. 환자가 궁금할 법한 내용을 Q&A 같은 형식으로 미리 매뉴얼화 해서 수술 전후에 이메일로 보내주는 방법만으로도 환자의 답답함이 많이 해소될 수 있을 텐데 어쩔 수 없이 인터넷 검색을 하게 만드는 병원의 서비스는 큰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 법률서비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률상담내용을 직접 녹음해도 될지 양해를 구하는 용기 있는 의뢰인이 아주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의뢰인은 나처럼 인터넷 검색으로 답답함을 해소할 수밖에 없다. 환자로서 겪었던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사무실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게 되었는데, 상담과정에서 자주 다루어지고 한 번에 이해되기 어려운 내용 수십 개를 매뉴얼화 해서 상담 직후에 제공했고 의뢰인으로부터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내친김에 상담내용을 녹음해서 음성파일로 의뢰인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다시 들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고, 변호사 입장에서는 상담내용을 기꺼이 제공하는 믿음직하고 유능한 변호사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제공한 녹음파일 때문에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부담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는 신뢰도 상승과 비교할 때 충분히 보상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게다가 오히려 녹음파일이 남아있음으로 인해 오해 소지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 때문에 어느 정도 연차 있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큰 무리 없이 도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반면교사가 아니라 최근 들어 어느 중소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를 보고 크게 고무된 적도 있었다. 내시경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 소재 병원인데, 검사 직후 해당 환자에게 내시경 시술 영상을 카톡이나 이메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앞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것처럼 시술한 해당 의사가 내시경 시술 영상에 대해 조곤조곤하게 말로 설명하는 2~3분 정도의 짤막한 영상인데, 짧은 설명을 듣기 위해 병원을 재방문해야 하는 환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시경 카메라가 촬영한 시술 영상 그 자체는 물론 그에 대한 의사설명까지 낱낱이 그대로 제공함으로써 병원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몇 년 전 친구가 운영하는 중소병원에서 내시경 시술을 받을 때, 시술과 설명이 다른 날에 이루어지는 불편한 시스템에 대해 의사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환자를 한꺼번에 모아서 특정한 날에는 시술만 하고, 다른 날에는 설명만 하는 기존 방식이 병원 입장에서는 시간과 인력을 절감할 수 있어 부득이하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병원편의주의적인 발상 같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의사설명이 있는 영상전송의 방법을 통해 환자 편의성과 병원 효율성을 모두 충족했고, 게다가 별다른 시간이나 비용 투자 없이 병원시스템에 대한 신뢰까지 크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상제공에 따른 병원의 책임 문제를 생각하더라도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수년간 해오던 상담녹음서비스를 보다 전면에 내세우면서 더 철저하게 시행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방문, 전화 관계없이 의뢰인과의 회의내용은 회의 직후 의뢰인에게 바로 제공하고 있다.

의사, 변호사와 같은 대부분 전문직들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 컴플레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서비스한 자료를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거꾸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서비스된 자료를 제공받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뢰수준이 대폭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녹음, 녹화 장비의 발전과 함께 피할 수 없는 대세일 수밖에 없다면, 시대의 흐름에 마지못해 따라가기보다는 과감하게 채용하고 앞장서 나가는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조금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선후배 변호사들에게 감히 자신 있게 권해드린다.

 

 

/최광석 변호사

서울회·로티스 최광석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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