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의 목적은 낙후한 주거환경과 도시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 면적은 한정되어 있고, 도시로의 인구집중은 심화하고 있으며, 정비사업은 조합원의 수익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통상 정비사업은 고층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층 건물이 축조되면, 과거부터 주변에 살고 있던 주민은 필연적으로 일정한 권리를 침해당하는데, 건설소음·진동·분진피해 등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침해는 건축 중에만 발생할 뿐, 준공된 후에 더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고층 건물이 내 집 앞에 위치하게 되면 그 건물이 사라지기 전까지 일조권 등 침해는 해소되지 않는다. 이 같은 침해는 기존 건물의 가치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영구적인 손해라고도 할 수 있다.

건축법(현행 제61조 이하)은 일조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건축물의 높이에 따른 이격거리를 규제하고 있다. 또한, 법률 체계상 정비사업과 같은 공공사업의 경우에는 하위법령으로 그 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다만, 정비사업에 관하여 일조 보호를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하위법령은 발견하기 어렵다).

법원은 일조이익 등을 무한정 인정하지는 않고, 소위 수인한도론의 입장에서 동지일 기준으로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까지 사이의 총 일조시간 4시간 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의 연속일조시간 2시간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수인한도를 넘어 위법하다고 본다. 법원은 공공성이 있는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달리 취급하지 않고 일관되게 위 기준에 따라 불법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고 있다. 다만 결과에 있어 공공성을 책임 제한 사유로 참작하여 손해액을 감액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기는 하다.

법원의 태도에 의하면 정비사업이 일조를 위한 건축법규제를 준수했더라도 일정한 경우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실무에서 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즉, 사업시행자가 건축법에 따라 사업계획을 수립하였음에도 사후에 신축건축물의 골조가 완성된 때에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 예상하지 못한 비용 지출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분쟁은 원고가 일조 침해로 인한 배상액에만 집중하기에 착공 이후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착공 이전에 공사금지가처분을 구하거나 사업시행계획에 관한 하자를 다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이 같은 청구도 가능하고, 실제로 법원 분쟁에 앞서 감독 행정청이 사전에 수인한도를 넘은 일조 침해를 이유로 사업시행자에게 설계의 변경을 요구하여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있다.

주거권이 상호 대립하는 상황에서 조율방법으로 수인한도론이 채택되고 있음에도, 현행 건축법규는 일조 규제를 단순히 높이에 따른 이격거리 제한만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 같은 법규와 법적용의 부정합으로 일조권 분쟁은 계속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입법이 필요하다.

 

 

/김유철 재개발·재건축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유) 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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