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에는 공부만 빼면 다 재밌다. 이번엔 1학기 기말시험 기간에 다음 학기 개설과목 및 시간표가 공지되었는데,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마치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공부를 잠시 제쳐두고 각자 시간표 짜기에 돌입했다.

필자도 왠지 모를 들뜬 마음에 바로 2학기 시간표를 작성해보았다. ‘저작권법’ ‘소송대체적 분쟁해결’ 등 앞으로 유능한 법조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수업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원우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이러한 들뜸은 사치인 것을 깨달았다. 사실 들어야 할 과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법학전문대학원생이자 동시에 ‘수험생’이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의 본래 목적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교육이념)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중략…)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각 법학전문대학원은 ‘기업법무’ ‘의료’ ‘지적재산권’ 등 특성화 분야를 적어도 하나 이상씩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원생들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형식적으로 제공될 뿐이다. 실질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이를 적절히 이용하기 어렵다. 변호사시험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현재 변호사시험 체제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실력을 증명하면 자격이 부여되는 ‘자격시험’이 아니다. 매년 합격 인원이 정해져 있고 이에 따라 커트라인이 형성되며,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대평가’다.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수학하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 나가야 할 원생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기본법 위주의 수험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용기가 있지 않은 이상 변호사시험과 직결되지 않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시스템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험생들에게 기본법을 열심히 공부할 유인을 제공하고, 매년 자격이 수여되는 변호사의 숫자를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너무 이 부분에 치우쳐, 처음의 교육이념을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변호사시험의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이미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법조시장의 공급 과포화 문제다. 이는 기성 법조인뿐만 아니라 미래의 법조인인 법학전문대학원생들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교육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금은 내려놓고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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