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에게 ‘열정’이라는 용어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글의 주제는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과거 필자가 법무법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면서 느낀 변호사의 열정에 대한 것이다.

법무법인에서는 소송사건을 한 명의 변호사가 전적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파트너(partner) 변호사와 어쏘시에이트(associate, 이하 ‘어쏘’라고 줄인다) 변호사가 한 조가 되어 처리한다. 파트너 변호사로서는 어쏘 변호사가 사안을 잘 파악하고 서면작성까지 잘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냉정한 어쏘 변호사와 이와는 대조적인 어쏘 변호사를 종종 만나게 된다.

파트너 변호사로서는 무리를 하지 않는 냉정한 어쏘 변호사가 대체로 안심이 된다. 냉정한 어쏘 변호사는 감정에 잘 휩쓸리지 않는다. 고객의 말 중에 법률적으로 의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잘 가려낸다. 사안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소위 ‘지는 사건’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고객의 이런 저런 하소연이나 역설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악의 또는 실수를 미화하거나 선의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법원이 그와 같은 주장이나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간파한다. 그의 서면은 매끄럽고 실수가 별로 없으며 소송결과는 그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는다. 이겨야 할 사건을 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열정적인 어쏘 변호사는 좀 다르다. 고객은 합리화나 과장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 말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고 남들은 말하지만, ‘우리’ 고객은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감정에 이입하여 고객과 함께 억울해하고 분개한다. 그가 작성한 서면을 보면 고객의 말을 정말 믿고 있음이 느껴진다. 너무 순진한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파트너 변호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열정이 지나쳐 논리에 비약이 있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간절함이 판사님에게도 전달되었는지 아니면 판사님도 깜빡 속으셨는지, 신기하게도 파트너 변호사마저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을 가끔 이겨 온다.

필자는 법전원 학생들에게, 법을 공부할 때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판례의 사안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 일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복잡한 주장과 항변이 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해준다. 법조인에게 필요한 덕목은 냉철한 지성이라지만 그것은 파트너 변호사에게 필요한 것이고, 법전원생과 신참 변호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열정이라고 말해준다. 경험이 쌓이면서 냉정함이 늘어가지만, 열정은 조금씩 줄어들게 마련이다. 파트너 변호사의 냉정함과 어쏘 변호사의 열정이 환상적으로 결합될 때 사건을 이길 수 있다.

냉정과 열정이 만나는 최적의 지점을 찾는 노력. 이것이 좋은 법률가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이선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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