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768명의 변호사가 새로 탄생했다. 협회장께서는 신규 변호사의 수를 연간 1500명 이하로 정하는 감축 방안에 힘을 실으며 회원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2월에는 3만 번째 변호사등록이 이뤄지면서, 업계에는 일거리가 부족하다는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한편, 법원 판사들의 업무량은 갈수록 늘기만 한다. 2018년도에는 야근을 마친 한 판사가 귀가 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법원은 2005년도에는 사법보좌관 수와 업무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고, 최근에는 상고법원 설치라는 사법개혁을 추진하다 역풍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 법조인의 숫자가 충분한가? 변호사 수의 증가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회원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필자는 여전히 법조인의 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 전문가의 세심한 손길을 요구하는 영역은 여전히 넘쳐난다. 또 단순히 판사의 증원만으로 법률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방안은 비효율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의 민사 및 형사 사건에 대한 탈법원화(la déjudiciarisation) 움직임은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여기서 협의의 탈법원화란 사건의 해결을 법원이 아닌, 법원 외에서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확대하는 방안을 말하고, 광의로는 법원의 업무를 경감시키는 일련의 조치들을 일컫는다. 프랑스는 재판청구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목표로, 법원의 업무 경감을 위해 20년에 걸쳐 탈법원화를 준비해왔고, 2016년도부터 그 결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탈법원화는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업계의 시각에서 봤을 때 이 움직임은 법원의 업무를 기타 법조 직역으로 분배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작업은 법원의 업무를 법원 외 직역으로 가져온다는 점에서는 우리 업계가 환영할 수도 있지만, 소송분쟁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자칫 업계에 더 큰 불황요인이 될 수도 있다.

탈법원화의 대표적인 예로 ‘재판 외 이혼’의 도입을 들 수 있다. 프랑스는 2016년 11월 18일 법률 제2016-1547호를 통해 2017년 1월 1일부터 법원이 일절 관여하지 않으나 변호사가 강제되는 협의이혼절차를 만들었다(프랑스민법전 제229-1조 참조). 이제 법원의 역할은 공증인이 담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간 12만 건 이상의 사건이 몰리던 가사법원의 이혼사건 수는 2017년도에는 9만여 건, 2018년도에는 6만 2000건을 기록하며 급격히 감소했다. 물론, 프랑스는 재판상 이혼에도 변호사 강제주의가 관철되므로 변호사의 업무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대신 판사가 아니라 공증인이 배우자 간 협의를 종국적으로 확인해 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법원의 업무가 이전했다고 볼 수 있다(프랑스의 공증인은 공증인 학교를 별도로 졸업해야 하므로 변호사와 구분되는 별개의 직업이다). 즉 2년 만에 6만 건의 공증사건이 증가한 셈이다. 이혼 당사자는 이전과 같이 이혼 전에는 언제든지 재판상 절차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재판청구권 침해 논란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탈법원화의 예로는, 프랑스민법전 제2062조 이하 및 프랑스민사소송법전 제1546조 등이 규정하는 참여절차(la procédure participative)의 등장을 들 수 있다. 이 절차는 조정이나 중재와 달리 오로지 분쟁의 양 당사자만이 화해를 위해 참여하지만, 변호사의 참여가 강제된다. 또 신속한 분쟁해결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양당사자는 분쟁해결을 위한 기간을 정하고 그 절차에 참여한다(프랑스민법전 제2062조 제2항). 즉, 당사자들은 법원을 배제함으로써 신속함을 얻고, 국가는 변호사를 강제함으로써 소송절차에 준하는 법적 안전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사건 외에도 노동, 형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탈법원화는 하나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서도 탈법원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 협회의 조속한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재훈 변호사

만해법률사무소
파리13대학교 사법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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