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이라는 단어가 통용된지 몇 년 되었다. 뉴스를 보면 “무슨 프레임이다” “누구의 프레임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프레임’ 세 글자가 법조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건이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횡령으로 형사고소를 하면서 같이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민사재판에서 재판장이든 어느 당사자든 “형사고소 내용을 보고 진행하자”라는 말을 할 것이다. 그러면 십중팔구 다음 변론기일을 추정하거나 넉넉히 잡아준다. 추정사유로는 “형사고소에 따른 검찰 처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형사재판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라고 적을 것이다. 사건을 보면 민사재판단계에서 수사(또는 형사재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경향이 짙다. 아무래도 실체관계는 민사재판보다는 형사절차에서 더 명확해질 수 있고, 위험부담도 적기 때문일 것이다. 민사재판의 결론도 형사절차의 결과에 따라 정리되곤 한다. 물론 결과와 무관하게 결론을 내리는 법관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용어가 바로 ‘관련사건 프레임’이다. 민사+민사, 민사+형사, 민사+행정, 형사+행정 등…. 수많은 조합에서 관련사건 프레임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나에게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다른 소송 등 절차에서 유리한 카드를 선점한 셈이 된다. 그리고 당당히 주장한다. “이대로 해주세요”라고. 반대라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불리한 결과를 뒤집기 위한 공중전, 백병전이 시작된다.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도 필요하다. “검찰 처분결과가 나오긴 했습니다만, 이 사건에 주된 쟁점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한다.

‘유사사건 프레임’은 무엇일까.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하는 수사기록을 보면 “본건과 비슷한 사안을 다루고 있는 판결이 확인되어 이를 보고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수많은 판결을 붙여놓는다. 어디서 이런 판결을 구했는지 궁금할 때도 있다. 검찰은 거의 모든 형사판결을 전산화시켜 놓고, 언제든지 활용할 준비를 해놓았다. 공판절차에서 검사가 “사건에 원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판결을 제출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주장하는 판결을 기반으로 수사방향을 정하고, 피의자신문조서의 ‘문’ 부분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찾은 판결과 해당사건을 비교하는 수사보고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판결을 일찍 알 수만 있다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준비하기 용이하겠지만, 정작 대법원 종합법률정보나 각종 사이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심각한 정보불균형이 생기는 셈이다.

이 ‘유사사건 프레임’이 문제되는 분야는 주로 형사일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선언한 무기대등원칙이 확립되려면, 최소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내가 확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판결문 전면공개 이슈’가 생각난다. 제21대 국회에서 전향적으로 살펴줬으면 한다.

 

 

/김철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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