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엔가 중국에 잠깐 다녀왔는데, 가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중국에 가보니 일상생활에서도 휴대전화와 QR코드를 통한 거래가 일상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골목 안에 있는 허름한 분식집에도 식탁마다 QR코드가 붙어 있었고, 사람들은 식사를 한 다음 휴대전화로 그 코드를 스캔하여 결제를 했다. 더욱 놀란 것은 노점상도 그런 식으로 돈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비현실적인 세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중국의 소위 ‘캐시리스(cashless)’화는 상상 이상이었는데, 상해에서 살고 있던 지인은 자신이 어느 날 급히 산동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소지한 현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무리없이 다녀왔다고 했다. 적어도 이 분야만큼은 중국이 우리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본인이 기술에 대해서는 식견을 갖추고 있지 못한 탓에, 양국의 차이가 과연 어느 정도이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개인정보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음에도 그렇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외면만 놓고 어느 쪽이 더 낫다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할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는 중국이 앞서가고 우리는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방식으로 결제하는 것이 그 정도로 일반화되었다면, 구조적으로 탈세가 어려워지고 그만큼 사회의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종래 생각했던 중국과는 다른 면이 많다는 점을 실감하였다.

과거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회 문제를 가진 나라들도 많았으나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경제발전에 성공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정치사회의 각 면에서 많은 문제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본인이 우리의 과거가 아름답기만 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제 할 바를 다했던 것 또한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미 과거와 같이 매년 상당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성장보다 분배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말도 한다. 그러한 말도 다 맞는 말이라 생각되나,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의 틀에 사로잡혀 미래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막아서는 안된다.

법제도의 시각에서 볼 때 과연 우리는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 사회 어느 부분의 이해가 과도하게 포장되어 그것이 결국 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점은 없는가? 이러한 점은 비단 첨단기술을 다루는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 민사관계, 그리고 가사문제 등에 관해서도 법제도와 법조실무가 과연 현대사회에 적절히 적응하고 있는가? 결코 그렇다고 하기 어려운 면이 적지 않다. 법률가의 주요 사명 중 하나가 바로 그러한 시대에 뒤떨어지는 제도와 실무를 바로 잡는 것 아닐까?

짧은 글이라 논리와 내용에 비약이 많을 것이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률가의 정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임채웅 변호사

서울회, 법무법인(유)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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