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다. 그렇다고 진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건축과 구조물에 의해 구획된 ‘공간’에서 이뤄진다. 원시 시대에는 추위나 비바람, 짐승으로부터의 위험을 피하고자 동굴의 공간으로 들어갔고, 문명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집을 짓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게 된다. 안전이 확보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을 꾸미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된다. 내적 아름다움과 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공간은 예술이 되고 작품이 된다. 사진작가 윤광준의 ‘내가 사랑하는 공간들’은 바로 아름다움과 편안함이 숨어있는 장소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문 걸어 잠근 사적 공간이 아니라, 공공에게 개방된 공간에 대한 관찰과 느낌의 서사다.

작가는 우리의 일상의 공간, 쇼핑의 공간, 예술 공간, 사회적 혁신공간들에 대해 소개한다. 전철역과 화장실, 도서관과 음반가게, 미술관과 콘서트홀 그리고 공원과 재생공간들에서의 감흥을 전달한다. 그가 평가하는 아름다움은 그저 외관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건축은 외관에서 보는 형태보다 건물 안에서 겪게 되는 체험이 더 중요하다”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말을 거듭 강조한다. 건축물은 안이 아름다워야 진짜다. 드러난 외형만큼 내부까지 신경 써야 완결이라며 삶에서 누리는 공간 미학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내적 공간이 아름다워야 행복감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우리는 때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공간들에 대해 무심할 때가 많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가는 서울에 대해서도 그 아름다움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매일 보는 일상에 무덤덤해져서이기도 하고,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탓이기도 하다. 세계 여러 도시를 돌아보니 비로소 서울의 풍경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알겠다”며 서울의 산과 빌딩 그리고 스카이라인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물론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상이 펼쳐지는 모든 곳에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우리의 바쁜 일상으로 그 아름다움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핸드폰이나 사람들의 행렬 속에 갇혀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을 조금만 넓혀보면 일상 속의 많은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잠시 멈춰서 그 공간들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면 어떨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 것과 다르리라”는 옛 성현의 말씀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나만의 사랑하는 공간들을 가지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심미안수업(윤광준, 지와인)』 -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는 눈, 심미안을 키우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창비)』 - 인간과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기행문학의 백미, 최고의 스테디셀러 작품

 
 
/장훈 서울특별시 소통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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