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공단에서 지난달 22일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목재 및 폐합성수지 처리 중소기업에서 2년여 일하던 26세 젊은 청년이 폐기물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즉사한 사고다. 2016년 5월 28일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19세 청년이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과 2018년 12월 10일 한국서부발전의 외주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24세 청년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 사건’의 연장선에 있는 악몽의 재연으로 ‘하남공단 파쇄기 사건’으로 불릴만하다.

낮은 경제성장률, 높은 실업률, 치열한 구직 경쟁률, 민망한 낮은 처우 그리고 아슬아슬한 위험 상황에 노출된 대한민국 청년 노동 현장의 현주소다. ‘위험의 외주화’는 더욱 성실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청년들을 칼날처럼 예리하고 망치처럼 치명적인 위험 속에 내몰고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쥐어짜는 자본의 논리는 대한민국 약한 고리를 탐지하여 그 중 하나인 청년들 목숨을 담보로 작동하고 있다.

청년들의 노동 위험에 대해 우리 기성세대는 어떻게 대처했던가. 소위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현재까지 처방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이후 발의된 27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안을 종합하여 환노위원장 대안으로 가결된 그 개정 법률(법률 제16272호, 시행 2020. 1. 16.)이다. 개정 법률 골자를 보면,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고,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을 제한하며, 도급인의 산재 예방조치 의무를 확대하고, 대표이사에게 안전 및 보건 계획 수립의무를 부과하며 안전조치 위반을 재범하는 사업주에 대해 1/2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것 정도다.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는 더욱 근본적 대책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한다.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참고한 2017년 4월 14일 고 노회찬 의원 대표발의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 그것이다. 제20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된 위 법안을 제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하자는 것이다. 총 11조로 된 폐기 법률안의 골자를 보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안전조치 의무를 명시하고, 도급인 및 원청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를 명시하며, 감독의무 및 인허가 권한 있는 공무원의 책임을 명시함과 동시 사망사고의 경우 안전조치 위반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법인에게 1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특히 하도급이 만연한 우리 노동계에서 원청사업주 의무를 명시하고 처벌을 강화하면, 처벌이 두려운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로 나아갈 가능성은 클 것이다. 의무위반에 의한 불이익이 크면 클수록 의무이행을 유도할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의 회로요, 자본의 논리다. 물론 찬성할 수 있는 논리다. 그러나 사업주 중에는 연 매출 수조 원대 재벌기업부터 일가족이 달라붙어 근로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내수공업 형태까지 천차만별이다. 사업주를 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인 바에야, 사업주의 규모와 성격을 면밀히 살펴 국가보조 등으로 사업주의 안전시설 설치를 유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업주에게 미리 안전시설 설치 기회를 준다면, 이를 무시한 자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은 더욱 명분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사회공동체의 공감대는 좀 더 자연스럽게 도출될 것이다.

 
 
 
/김상훈 변호사

광주회·법무법인 빛고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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