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여행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취미에 속한다. 독서와 여행이 취미의 수준을 넘어 벽광(癖狂)의 경지에 오르면 만권의 책을 읽겠다는 ‘독만권서(讀萬卷書)’와 만리의 여행을 떠나겠다는 ‘행만리로(行萬里路)’를 목표로 삼기도 한다. 만리의 여행을 떠난 사람은 비록 책을 읽지 않아도 만 권의 책을 가슴속에 간직한 셈이 된다. 만 권의 서적을 읽고 이를 흉금(胸襟)에 담고 있으면 만리를 내다 볼 수 있는 식견과 안목이 생길 수 있다.

독서란 고전이나 잡서(雜書)를 읽는 것을 말한다. 독서광이 되는 첫걸음은 책을 구입하는 것이다. 책을 구입하여 감명 깊은 대목에 밑줄 치며 읽고 반복하여 읽는 묘미가 있다. 평범한 사람이 고전 독서를 통해 소명의식을 찾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곤 한다.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 여몽은 비천한 신분으로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으나, 뒤늦게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수불석권(手不釋卷)”과 “선비는 3일간 헤어져 있어도 괄목상대(刮目相對)한다”는 고사성어를 남긴 장군으로 유명하다. 국가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가 되려면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A leader is a reader). 독서는 상상력을 높여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저울처럼 생각의 균형을 잡아주기도 한다.

서양속담에 “자식이 귀하면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다. 여행은 자신이 속한 집과 고향을 떠나 나그네이자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여행은 익숙한 삶의 환경에서 벗어나는 데서 오는 기쁨과 불편이 공존한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고, 자신이 주변인이 되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좁은 세계를 벗어나 견문을 넓히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여행은 본질적으로 자신을 찾는 발견의 과정이고, 결국에는 자신의 삶의 세계인 본류(本流)로 다시 돌아오는 환원의 과정이다.

독서는 시(時)의 고금(古今)을 넘나드는 종적으로 지혜를 터득하는 여행이라면, 여행은 양(洋)의 동서(東西)를 넘나드는 횡적으로 문화를 관찰하는 독서이다. 독서는 홀로 책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신독(愼獨)의 요체이고, 여행은 직접 다른 세상과 낯선 사람을 대하는 관계 맺기의 교과서다. 독서는 자기를 변화시키기 위한 여행이고, 여행은 자기를 발견하기 위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독서와 여행은 그 자체로도 즐거움과 보람이 있는 활동이지만, 이를 통해 꿈을 키우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 국가사회를 위해 빛나는 성취를 이룩하는 큰 그릇을 만들기도 한다(大器成輝).

 
 
/김용섭 전북대 법전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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