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는 조정 절차에 대해 몇 자 적어본다.

첫째는, 조정을 요청하지 않은 당사자가 직접 출석해야 할 의무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조정 성립에 관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므로 결과에 대해서는 따라야 할 의무가 없는 것이겠지만, 절차에도 적극적으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가? 지금 재판실무에선 당사자는 무조건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운영되고 있다. 애초에 조정을 신청한 당사자나, 조정절차 회부에 동의한 당사자라면 그 절차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당사자에게 그 절차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 조정절차가 아무리 좋은 절차라고 해도, 국민은 조정절차를 거부할 권리도 있는 것 아닐까?

변호사 입장에서 의문이 드는 한 경우는 조정절차에서 당사자 출석의무에 관한 것이다. 소송물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은 대리인이 아닌 당사자 본인에게 있는 것이므로, 효과적인 조정절차 진행을 위해 당사자 출석이 권장되는 점은 이해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 본인의 출석을 의무화하는 것에는 좀처럼 수긍하기 어렵다.

실제로 조정기일에 당사자 없이 대리인만 출석하면, 조정절차 주재자가 매우 불쾌해하며 마치 대리인이 조정절차를 방해하는 것처럼 취급하는 경우도 많다. 당사자의 출석이 필요하면 왜 필요한 것인지 설득하고, 그 설득이 효과가 없다면 당사자 없이 절차를 진행하거나 결렬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는 것이지,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이 정말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둘째는, 조정절차 주재자들의 자세에 대해서다. 이 점에 관해서는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주재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전제하고 적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바이지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꽤 있다.

기본적으로 성인에게는 당사자가 바라지 않는다면 꼭 필요한 일 외에 더 나아가 무언가 설파하고 설득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정절차는 어디까지나 재판절차다. 재판의 본령 외 이야기는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양념 격으로 어느 정도만 첨가돼야 하며, 아무리 화자가 선의에 기초하여 말을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듣는 쪽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조정절차 주재자의 인생 경험이나 세계관을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극히 제한된 경우, 그러한 말이 정말로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한 경우에 국한돼야 한다. 그러한 말들은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급속히 반발심을 불러 일으킨다. 듣는 -대리인 말고- 당사자들은, 극심한 다툼으로 정신으로 힘들어하는 성인들이고, 그들은 기본적으로 법적인 결론을 원하는 것이지 인생담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위에서 말하는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것이 양적으로 말하자면 의외로 낮은 또는 적은 수준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적자면, 특히 조정절차에서는 당사자들이 그 주재자의 태도가 강압적이라고 느끼는 순간, 완전히 실패한 조정이 되고 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 결과 조정이 성립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조정이 성립되어 성공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후 그 당사자는 법원과 현재의 재판시스템에 대해 큰 불신을 갖게 된다는 점을 이해하면 좋겠다.

 
 
 
/임채웅 변호사

서울회, 법무법인(유)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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