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제일 재밌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다. 매일 새로운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후속대책으로 법적 조치와 법의 제·개정이 논의된다. 그만큼 법이 다뤄야 할 대상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늘어나고 복잡해질수록 법률가의 영역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있다.

법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상은 모순적이다. 아무런 위험없이 개인의 삶은 완벽히 보호돼야 하지만, 새로운 부의 창출을 위해 규제는 풀어야 한다. 감염병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야 하지만, 개인의 자유는 최대로 보장돼야 한다. 개인에 대한 물적 부담은 최소화돼야 하지만, 국가의 지원은 확대돼야 한다. 딜레마의 출구는 최적점을 찾아 법으로 규범화하는 일이다.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한 이해의 충돌상황에서 균형점을 찾아내기 위해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은 필수적이다.

법률가가 담당해야 하는 일은 소송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굵직한 제도적 모순과 사회적 갈등은 잘못된 입법과 필요한 입법의 부재에서 나온다. 법령의 형성과정에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법률전문가가 참여하지 못하면 법이 지향하는 정의와 공평의 관념은 경시되고 효율에만 초점을 맞춘 규범이 지배하게 된다.

법의 형성에서 분야별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법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단순히 법이라는 용기에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관료들과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확정된 내용물을 담아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정책형성단계에서 법률가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변호사들이 전문분야 등록을 하고 연구모임을 계속하거나, 다양한 전문학술회의에 발제자나 토론자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당시 만들어졌던 특성화 구상이 변호사시험 준비로 인해 형해화된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학문연구에 있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분야별 디테일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여전히 총론적 도그마틱의 순환에 매달려있다. 개별분야별 캐릭터가 강할수록 도그마틱은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개별 사안들에서 도출된 결과를 통해 귀납적으로 이를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에서 유래했지만, 본국에서는 이미 소수화된 이론들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주류로 남아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으며, 학맥에 의해 비판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 결과 학문으로서 법학은 현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최근 전문화된 소규모 학회들이 결성되어 각론연구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 반가울 뿐이다.

사람이 있을 때 규범도 생겨났다. 이는 법이 사람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임을 의미한다. 법이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할 때 그 존재가치를 잃고 고립된다. 법에서도 디테일과 문제해결 능력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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