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다99409 판결 -

1. 개요 및 쟁점

근저당권자 A의 신청으로 진행된 임의경매절차에서, B는 부동산소유자로부터 부지조성을 도급받아 공사를 마친 후 지급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치권신고를 하였고, 이에 A가 B를 상대로 피담보채무 중 일부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사안이다.

쟁점은 근저당권자가 유치권 신고인을 상대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내세워 대항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와 유치권 신고를 한 사람이 피담보채권으로 주장하는 금액 중 일부만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는 경우, 법원이 원고의 청구 기각판결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인용판결(일부패소판결)을 할 것인지 여부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은 임의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의 존재로 인하여 저가매각이 되고 저당권자의 배당액이 줄어들 위험이 있어 저당권자가 유치권부존재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더라도 이러한 위험은 다분히 추상적·유동적이어서 이러한 위험만으로 곧바로 피담보채무를 확정할 법률상 이익이 발생하지는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청구기각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근저당권자는 유치권 신고를 한 사람을 상대로 유치권 전부의 부존재뿐만 아니라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내세워 대항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심리 결과 유치권 신고를 한 사람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으로 주장하는 금액의 일부만이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유치권 부분에 대하여 일부패소 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3. 유치권존부 확인의 소에서 문제 되는 확인의 이익

확인의 소에 있어 확인의 이익은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하며, 적절한 수단일 때에 인정된다. 우리 민사소송법은 증서진부확인의 소(제250조)를 규정하는 외에 확인의 이익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독일 민사소송법(ZPO; Zivilprozessordnung)이 ‘즉시확정의 법률상의 이익(rechtliches Interesse an alsbaldiger Feststellung)’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확인의 이익은 소송요건으로서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법원이 심리한 결과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소 각하 판결을 하여야 한다. 위 사안의 하급심은 방론에서 피담보채무를 확정할 법률상 이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면서도 청구기각 판결을 하였으나, 이는 오류이다. 대법원은 일관하여 저가낙찰로 인해 경매를 신청한 근저당권자의 배당액이 줄어들거나 경매목적물 가액과 비교하여 거액의 유치권 신고로 매각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위험은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의 법률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므로 위 불안을 제거하는 근저당권자의 이익을 단순한 사실상·경제상의 이익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의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되었으나 소유부동산 또는 담보목적물이 매각됨으로써 그 소유권이 이전되어 소유권을 상실하거나 근저당권이 소멸하였다면, 소유자와 근저당권자는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9다247385 판결).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된 바 없는 상태에서 담보목적물이 매각된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 담보목적물이 매각되어 그 소유권이 이전됨으로써 근저당권이 소멸하였더라도, 근저당권자인 채권자는 유치권의 존재를 알지 못한 매수인으로부터 민법 제575조,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의한 담보책임을 추급당할 우려가 있고, 위와 같은 위험은 채권자의 법률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므로,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유치권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반면 채무자가 아닌 소유자는 위 각 규정에 의한 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유치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위 2019다247385 판결).

한편 유치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성립시기에 관계없이 경매절차에서의 매각으로 인하여 소멸하지 않고, 그 성립시기가 저당권 설정 후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0다84932 판결), 유치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부인하는 자를 상대로 유치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 그러나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마쳐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유치권을 취득한 자는 달리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55214 판결).

 

4. 대상판결의 의의

유치권 신고를 한 사람이 피담보채권으로 주장하는 금액 중 일부만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는 경우, 법원이 청구 기각판결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인용(패소)판결을 할 것인지가 하급심에서 다투어졌으나, 대상판결은 이 경우 유치권 부분에 대하여 일부패소의 판결을 하여야 하고, 전부패소 판결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 데 의의가 있다. 경매 과정에서 제기하는 유치권존부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한진 변호사

광주회·법무법인 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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