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12. 19. 선고 2016다24284 판결 -

1. 사안의 개요

‘갑’은 피고와 건물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서에는 공사대금청구권의 양도 금지 특약이 있었습니다. ‘갑’은 ‘을’ 은행에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으면서 신용보증기금과 대출금 상당액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채권을 ‘을’ 은행에 양도하고 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보증 약정을 하고 피고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 처리되어 피고는 도급계약을 해제하였고,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 채무를 대위변제하였으며, ‘갑’ 회사는 그 후 회생 절차에 돌입했으나 회생 폐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파산 선고가 내려져 원고 파산관재인이 선정되었습니다.

회생 절차 중 회생관리인(후의 원고)이 ‘갑’이 채권을 양도한 부분까지 포함하여 공사대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이미 채권이 양도되었으므로 원고는 채권자가 아니어서 피고가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원심 법원은 채권양도가 양도 금지 특약에 위반된 것이어서 무효이고 채권양수인들이 양도 금지 특약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는데, 피고가 이에 대해 상고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내용

가. 다수의견 : 대법원은 채권양도 금지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하여 양도 금지 특약이 있는 경우 채권의 양도성이 상실되어 원칙적으로 채권양도는 무효라고 판단하여 왔고(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8834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7685 판결 등), 이를 변경할 이유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 반대의견 : 채권양도 금지 특약이 있더라도 채권의 양도는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다만 양수인이 악의 또는 중과실인 경우에는 무효라는 전제에서, ①양도 금지 특약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양수인을 비롯한 제3자에게 대세적으로 효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 ②민법 제449조 제2항 본문에서 ‘양도하지 못한다’고 한 부분은 문언 그대로 채권자가 약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양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점, ③민법은 채권의 양도가 가능함을 원칙으로 삼고(민법 제449조 제1항 본문),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하고 있으므로(민법 제449조 제2항), 양도 금지 특약은 채권양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어야 하고, 당사자 상이의 양도 금지 특약으로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채권의 양도성을 박탈하는 합의를 인정하는 것은 채권의 양도성을 인정하는 원칙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어 양도 금지 특약이 대세적인 효력을 갖는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 ④양도 금지 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의 효력에 대한 증명책임의 분배와 선의의 전득자 보호에 관한 판례도 채권적 효력설을 따를 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 ⑤양도 금지 특약이 있는 경우에 채권양도에 따른 채권의 이전은 금지되면서도 전부명령에 따른 채권의 이전을 허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을 가져온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3. 대상판결의 타당성 검토

가. 물권적 효력설의 입장을 따른다고 해석된 대법원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아예 채권양도 금지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양도성 자체를 상실하여 무효가 되나, 정작 양도 금지 특약에 대한 입증책임의 배분은 양수인이 악의, 중과실이 있다는 점을 채권양도의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도록 하고 있어 과연 대법원은 물권적 효력설의 입장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였는지 의문입니다.

나. 그런데 원칙적으로 채권은 채권일 뿐, 다수의견과 같이 채권에 물권적 효력을 부여하여 채권의 양도성이라는 속성 자체를 부인할 근거가 없습니다. 물권적 효력설로 본다면 채권의 양도성이라는 본질적 속성을 금지하는 민법 제449조 제2항은 강행규정이 되므로, 선의의 제3자 보호 규정은 아주 예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민법 제449조 제2항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할 근거가 없고, 대법원이 선의의 제3자에 대한 보호 범위를 예외적으로 좁게 해석한다고도 볼 수는 없습니다.

다. 또한 보충의견이 민법 입법 당시 채권적 효력설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입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현행 민법 제449조 제2항이 물권적 효력설을 택하였다는 반대 해석을 하였으나, 민법 제449조의 본문과 단서의 문언상 체계를 보면, 현행 민법 제449조 제2항이 물권적 효력설을 택하였다는 명시적 근거로는 볼 수 없습니다.

라. 개인적으로는 반대의견에 찬성하며, 게다가 이 사건의 경우, 양도인인 채무자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채권을 양도한 이유는 자신이 사용하기 위하여 보증인의 요구대로 공사대금채권 중 일부를 양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것인데, 자신이 채권을 양도하고 그 양도액 상당액을 대출받아 사용하고 부도를 낸 다음 그 채권양도 금지 특약의 존재를 거론하며 공사대금 상당액의 지급을 다시 청구한 행위는 신의칙에 반할 정도라고 보입니다. 이러한 양도인의 행태는 제외하고 양수인이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며 보호해 줄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수현 변호사·충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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