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도 어느새 한 달을 훌쩍 넘겼다. 건강과 일에 대한 수많은 다짐을 세웠던 연초의 계획이 조금 시들해졌지만, 아직 11달이 남았다는 사실로 위안 삼아본다.

필자는 인천지방변호사회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고, 인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부천지역의 인권 이슈를 돌아보고, 이와 관련된 2020년 과제와 우리 변호사의 역할을 새겨보았다.

인권조례의 제정

지난해 인천지역 인권의 가장 큰 이슈는 ‘인권조례’의 제정이었다. 오랫동안 인천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 유일하게 ‘인권조례’가 없었다, ‘인권조례’ 제정을 위해서 수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노력했지만, 번번이 반대 세력에 의해서 제정이 무산되어 허탈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지난해 1월 7일 ‘인천광역시 시민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고, 인천시민들도 늦게나마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치법규를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 변호사의 역할이 상당했다. 시민운동과 결합하여 여론을 환기시키고, 조례의 초안을 변호사가 직접 작성하는 등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다. 특히 초대 인천광역시 인권위원장으로 선출된 윤대기 변호사는 인권조례 운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든든한 중심이 됐다. 또한 인권위원과 인권보호관으로 많은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인천시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인권조례 관련 과제

인권조례가 제정된 인천과 달리, 부천지역에서는 인권조례 제정이 무산되고 말았다. 현재 김광민 변호사를 포함한 수많은 지역 운동가들이 부천지역에서의 인권조례 제정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 올해는 반드시 부천 인권조례가 제정되기를 염원한다.

인천 인권조례의 실질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인권센터 설치가 필수적이다. 인권 정책의 개발과 집행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권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가 조례 제정으로 기반을 다지는 해였다면, 올해는 인권센터의 설치로 튼튼한 기둥을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인천 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

2018년 인천지역 인권에 있어서 가장 슬픈 뉴스는 ‘인천퀴어문화축제 무산’이었다. 퀴어문화축제란 성소수자들이 축제의 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시민들과 소통하여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평화로운 축제다. 서울에서 2000년에 시작되어 전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는 몇 해 전부터인가 소수의 보수 기독교 단체의 집단적인 방해가 있었다. 인천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도 어느 정도 방해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단순한 방해를 넘어 폭력적인 집회 방해와 인격을 말살하는 혐오행위로 인하여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거의 무산되다시피 하고 말았다.

이에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인천지역의 모든 인권관련 단체가 힘을 합해 다시 평화로운 축제를 열고자 노력했고, 인천회 인권위원회(위원장 배영철 변호사)도 주최 측과 적극적으로 연대해 ‘인권지킴이’로 현장을 지켰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10여 명의 변호사들은 집회를 보호했고, 참가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인천 경찰과 부평구의 협조가 더해져 집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평화로운 집회를 보호하는 변호사들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인천지역 변호사들이 현장 참여하여 평화로운 집회를 보호한 사실은, 지역과 법조가 어떻게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1회로만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의 시민 권리 보호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우리 변호사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올 한 해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천, 시민의 인권이 보장되는 인천을 위해 인천지역 변호사들의 헌신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한필운 변호사

인천회·법률사무소 국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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