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관련된 법률 문제를 다룰 때 먼저 짚어 보게 되는 것은 “무엇이 법률상 미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어떤 창작물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법률 위배여부를 가리게 되었을 때, 그것이 미술작품이라면 법에서 정하고 있는 다양한 면책조항에 따라 보호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를 받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샘’이라는 작품으로 현대미술에 큰 반향을 일으킨 마르셀 뒤샹.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주어진 것들(①폭포수, ②점등용 가스)’은 작가의 유언에 따라, 그가 죽은 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전시실에 들어선 관객은 낡은 나무로 된 문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 문의 부서진 틈 사이로 작은 구멍이 나있다. 관객은 호기심에 구멍을 들여다보게 되고, 나체로 누워서 등불을 들고 있는 여자의 음부가 시야에 들어온다.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여성의 나체를 돼지피부로 만들어 생동감을 더했다. 이 작품은 뒤샹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명성과 함께, 엿보려는 개인의 은밀한 감정을 미술관이라는 공적인 장소로 가져온 작품이자, 최초의 관객참여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만약 장소가 미술관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저 세트장이 ‘주어진 것들’이라는 미술작품이 아니었다면, 사회는 엿보기를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술이 죄악이 되었던 때도 있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색을 사용할 수 있는 지금과 달리, 고대에는 계층별로 사용가능한 색이 정해져 있었으며, ‘금지된 색’이 존재했다.

특히 푸른색과 붉은색은 구하기 어렵고 비싼 염료였기 때문에, 그리스도나 마리아, 왕족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색이었다. 심지어 고대 로마의 네로황제는 보라색을 황제의 색으로 정하고, 그 색을 사용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법령을 반포하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미술과 관련된 수많은 사례와 판례들이 먼 훗날 돌이켜 보면 한때 금지되었던 보라색과 같이 보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회변화에 따라 요동 치듯 가치관도 달라지고 있으며, 예술의 가치와 지향점도 변화하고 있다.

비단 뒤샹의 작품뿐인가? 지금까지 수많은 현대미술작품이 타인의 혐오감이나 불이익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미술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사회적 부패를 수면 위로 드러내 보여주고, 억압된 소수의 목소리를 대신하며, 생각의 전환을 선도하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두가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 미술이 ‘인간’을 향할 때에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

법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의 기준으로서 미술을 품어 주어야 할 것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법의 품을 떠나 위대하게 비상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어야 할 것이다.

 

 

/김영철 변호사

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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