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혼란을 통하여 발전하고, 사람은 역경을 겪으며 성장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도 크고 작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르침을 얻은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 번에 잠시 이야기 한 것처럼 제가 2007년 뇌출혈로 쓰려져 큰 수술을 받았을 때의 일입니다.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회복하여 일반 병동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 많은 선배님과 동료, 후배분들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젊은 변호사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으니 다들 염려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문병을 오고 염려와 걱정을 해주시니, 한편 고마우면서도 다른 한편 저 때문에 우울해 하시는 분들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밝은 모습으로 문병 오신 분들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 자신의 마음 밑바닥에 “뇌출혈 수술 이후에 후유증이 많다고 하는데 퇴원한 후 아무런 후유증 없이 제대로 변호사 업무는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자리 잡고 있으니 밝은 모습을 지어 보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밝은 얼굴로 문병손님을 대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을 하다가, 거울 앞에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웃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거울을 보고 내가 억지로라도 웃으니 거울 속에 내가 웃고 있었습니다. 거울 속에 웃는 제 모습을 보니 어느덧 제 마음도 조금씩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주 사소하지만 큰 영감을 주는 가르침을 얻게 되었습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이런 당연한 가르침을 머리에 온통 붕대를 감고서야 비로소 얻게 되었으니 제 자신이 무척 미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울은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먼저 웃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웃을 때 세상도 우리를 보고 웃게 됩니다. 우리가 먼저 이해하려고 마음을 열 때 비로소 상대방도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세상을 삐뚤어지게 바라보면 세상도 나를 곁눈질로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겨울이면서 어찌 내 주변 세상에 꽃들이 만발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 날 이후 더 많이 웃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업무를 하기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주위에는 웃는 분들이 많아서 참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요즈음 상대방이 너무 편견을 가지고 다른 의견은 듣지도 않으려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푸념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내가 먼저 이해하려고 마음을 기꺼이 열고, 힘들어도 먼저 웃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서울회, 법무법인 새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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