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간다면 부패와 더불어 살게 되겠죠.” 30대 중반의 A검사는 현 정부 검찰개혁에 F학점을 매겼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파면 물이 금세 고이죠. 대한민국이 꼭 그래. 파보면 온갖 게 솟아나요.” 젊은 검사의 눈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부패 공화국이었다. 그는 “국민들이 그걸 원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정말 그걸 원하는 걸까?”라고 되물었다.

A검사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하기 참 어렵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검찰개혁이란 아름다운 명분이 봄철 아지랑이처럼 헛것으로 보이는 듯했다. 그의 눈에 작금의 검찰개혁은 ‘반동(反動)’이었다. 현 정부와 정부 지지층 일부가 그가 몸담은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확히 같았다.

A검사의 부친은 “때가 되면 공수처로 가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자식의 살길이 거기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A검사는 심드렁했다. 자신의 밥벌이는 죽은 권력이든 살아있는 권력이든 구분 없이 ‘나쁜 놈’을 때려잡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거기라고 다른 게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금 이것도 이렇게 난리인데. 옛날엔 살아있는 권력 수사 안 한다고 비판하더니….”

A검사는 “나 같은 사람은 평생 검사가 꿈이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한 강연에서 “검사들 나간다고 하면 다 내보내면 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분개했다. “자기야말로 인생을 쉽게 살아온 사람이, 그렇게 쉽게 말할 자격이 있는 건지….”

‘회장’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불쑥 나왔다. “우리 회장이 멋있는 분인 건 맞지만….” A검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꾸준히 열심히 한 공무원이 승진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도 비슷한 사건 하나 만났을 때 들이받고 내 색채 만들어야 하나 싶다”고 했다. 목소리에 담긴 기색이 체념인지 불만인지 헤아려지지 않았다.

A검사에 대한 기사는 결국 쓸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취재였다. 팔이 안으로 굽은 말들을 세련되게 활자로 옮길 자신이 없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염려했다는 말을 검찰의 장래만 염려한 것으로 오해받지 않게 할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해받지 않도록 하려는 것 또한 편향이라는 아찔한 비판 앞에 내놓을 변명도 생각나지 않았다.

남은 것은 결국 질문들이다. A검사를 쫒아내는 것만이 검찰개혁일까. 그리하면 다른 A검사가 생기리란 법은 없나. 검찰개혁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A검사의 숫자는 늘어간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개혁은 요령부득이다. 검찰개혁의 목표가 검찰 사멸이 아니라면, 결국 움직여야 할 것은 A검사의 마음이 아닐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