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영장 발부 후 일어난 동종 범죄까지 인정 불가”
합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라도 별건수사 적용할 수 없어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동종 범죄 혐의가 밝혀졌더라도,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별개 범죄라면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이 필로폰 수수 및 투약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영장에 명시된 필로폰 수수 혐의만을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2019도6775)했다. A씨에게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영장에 기재된 범행 이후에 투약한 마약이 검출된 것이므로 별개 범죄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지난해 5월 필로폰을 수수·투약한 혐의로 A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A씨 신변을 확보하지 못해 영장 발부 후 한 달이 지나서야 A씨로부터 소변을 확보할 수 있었다. A씨 소변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됐는데, 소변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건 투약 후 4~10일 이내다. 경찰은 A씨가 6월에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을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증거 수집에 활용된 영장에는 5월 범행과 관련된 혐의사실만 기재돼 있었다.

대법원은 “A씨의 6월 필로폰 투약 혐의는 경찰이 이 사건 영장을 발부 받을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혐의사실”이라며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A씨에 대해 5월에 발생한 필로폰 수수 혐의만 인정했다. 수사기관에서 사후영장 신청 등 증거력 보완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공소사실이 마약류 동종 범죄라는 사정만으로는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마약류 투약 범죄는 범행 일자가 다를 경우 별개 범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1심은 해당 영장으로 수집된 증거를 모두 인정해 A씨의 5~6월 필로폰 수수 및 투약 혐의를 모두 유죄로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영장으로 확보한 증거일지라도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별건수사에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변협이 지난 9월 이철희 국회의원과 진행한 사법제도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관행적으로 별건수사를 하고 있다”고 답변한 변호사 수가 응답자 1354명 중 962명으로 71%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별건수사가 피의자 방어권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증거력을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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