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판사, 당신은 대한민국의 역적이 됐습니다.”

“판사, 검사 XX들 전부 다 공수처 설치해서 내보내야 합니다.”

지난달 24일 새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자,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불과 10일 전 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명재권 부장판사가 나와 조 전 장관 동생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하라”며 공세를 펼친 것과 대비된다. 2년 전 현 여당은 영장 기각을 두고 “법원의 치욕”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영장심사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판사 개인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악습이다.

판사들은 영장심사의 의미가 잘못 알려졌다고 항변한다. 영장심사가 유·무죄를 확인하거나 처벌하는 절차가 아닌데도, 전 국민이 영장판사의 입만 바라보며 두 편으로 나뉘어 싸우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시간이 제한된 영장심사는 정보를 움켜 쥔 검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라면서 “판결이 아닌 영장심사 결과에 주목할수록 검찰의 힘은 세진다”고 했다.

물론 ‘모조리 구속하는 것’이 정의인 것처럼 국민을 헷갈리게 한 법원의 잘못도 크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은 수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임시조치인데, 사안의 중대성이나 여론에 의해 좌우되면서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과거 법원은 영장 남발을 막으려고 실형 선고 가능성을 내부 기준으로 삼았는데, 혐의가 중하면 구속한다는 식으로 오용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는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 등이며, 범죄의 중대성은 고려사항에 불과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영장 발부, 기각이 아닌 제3의 선택지를 만들면 된다. 영장을 기각했다가 혹여 피의자가 도망가는 등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영장판사를 위해, 주거제한 등의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는 ‘조건부 석방제도’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다. 검찰 권한만 강화할 가능성이 큰 ‘영장항고제도’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높은 영장 발부율을 낮춰 불구속 수사 원칙을 실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여권 또한 제도 개혁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공수처 설치 등 거대 이슈에만 매달려, 정작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법제도 개혁은 외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툭하면 고발장을 제출하며 정치를 사법화시킨 정치인들이 불리할 때면 검사, 판사 개인에게 돌을 던지는 부끄러운 전통을 이제는 없애야 한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돌로 치라.”

 

 

 

/정반석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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