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처음 마실 때 코르크 마개를 따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스크루(Screw)가 없어서 당황한 적도 많다. 이런 코르크 마개와 치사하게 싸워가면서까지 꼭 와인을 마셔야 하는지 언짢기까지 할 때도 있었다.

흔히 와인은 ‘숨을 쉰다’고 말한다. 일단 병입된 와인이 숨을 쉬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르크 마개가 필요하다.

다공성 재질의 코르크는 유연성, 신축성 때문에 병목에 쉽게 삽입할 수 있고, 병 속에 들어간 코르크는 다시 팽창하여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한다.

코르크는 단열과 탄력성이 뛰어나 병마개로는 더할 나위 없는 재료다. 신축성이 좋고 자연친화적인데다가 수많은 미세구멍이 나있어 와인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줌으로써 와인 숙성 및 보관기간을 획기적으로 길어지게 했다는 점에서 와인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견이다.

2000년이 넘는 와인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에서도 코르크는 17세기 무렵에서야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사용하거나 유리병에 와인을 넣고 헝겊이나 촛농을 이용해 밀봉했다. 그러다가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돔 페리뇽(Dom Perignon) 수도사가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면서 스페인산 코르크를 사용했다.

코르크도 박테리아나 세균의 침입을 막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코르크가 부서지거나 쪼개질 수 있는데, 마개가 수축되거나 품질이 좋지 않아 손상되면 와인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코르크는 유기질이므로 얼마든지 변질될 수 있다. 와인을 봉한 코르크 자체가 상하는 것을 코르키(Corky)화라고 하는데, 프랑스어로는 부쇼네(Bouchonné)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싸구려 와인에 스크루캡(Screw Cap)이 쓰이고, 고급 와인에는 코르크가 쓰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뉴질랜드와 호주를 중심으로 스크류캡이 점차 고가 와인으로 사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스크루캡은 한번 봉해지면 산소가 들어갈 수 없어 부패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스크류캡은 와인을 숙성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험 결과 스크루캡 와인 역시 자연적인 화학적 특성 때문에 숙성이 일어난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도 프랑스 와인이 비롯해 국가의 와인들은 ‘숨쉬기’에 대한 집착과 코르크에 대한 낭만 때문에 여전히 코르크를 고집하고 있다. 생산자들은 물론이고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포일(foil)을 벗겨내고 스크류를 돌려 조심스럽게 코르크를 따는 걸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과연 와인 코르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윤경 변호사

더리드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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