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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찜찜한 성범죄 판결
유호정 MBN 기자  |  uhoju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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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호] 승인 2019.09.09  11: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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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다. 판결문에 ‘성인지 감수성’이 처음 등장한 건 약 1년 4개월 전이지만, 화두에 오른 건 안 전 지사의 판결이 나오면서부터였다.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 무죄가 나왔던 1심 판결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후, 법원에선 성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늘어났고, “이제 성범죄 사건은 무죄가 나오기 힘들다”라는 얘기가 나오기까지 했다. 반면, 여전히 찜찜한 판결들도 보인다.

얼마 전, 한 성범죄 전담 재판부가 가수 구하라 씨의 전 남자친구 최 모 씨에 대한 선고를 내렸다. “연예인 생활을 끝내게 해주겠다”며 성관계 동영상으로 구 씨를 협박한 혐의 등은 유죄지만, 그 외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명시적인 동의를 받진 않았지만, 불법 촬영을 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무죄라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 기준으로 6가지 무죄 근거를 번호를 달아 제시했다. 그런데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과연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한 무죄 근거로 적절한가’ 싶은 근거들이 눈길을 끌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 사귀자고 했다”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먼저 동거를 제의했다” 등 두 사람이 연인관계였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상당수였다. 애초 이 사건은 두 사람 모두 연인이었다는 걸 인정한 상황에서 제기된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이 근거들이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한 무죄를 뒷받침할 사정들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같은 재판부는 배우 고 장자연 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 조 모 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때도 여성단체들은 해당 재판부가 제시한 무죄 근거를 비판했다. “종업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룸에서 강제 추행 자체가 있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거나 “당시 술자리는 소속사 대표의 생일 자리였는데, 강제 추행이 있었다면 소속사 대표가 강하게 항의하고 생일파티가 끝났어야 한다”는 추측성 근거들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 성범죄 사건에서는, 진술의 일관성이나 사건의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때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라는 건, 통념적 관점에서 진술이나 전후 사정에 다소 모순이나 비합리성이 있더라도, 피해자가 처해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의 기준이 모호해 성범죄에 대한 판단이 판사에 따라 달라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대법원이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가운데, 안 전 지사의 대법원 선고에서 관련 기준이 제시될지도 주목된다.

/유호정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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