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주(Mariage)주는 결혼, 좋은 조합을 의미한다. 와인에 있어서 마리아주는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말한다. 와인과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수세기에 걸친 경험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진리를 알려주었다. 와인을 마시는 일보다 더 행복한 일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훌륭한 와인을 마시는 일이라는 것이다. 모든 좋은 관계가 그러하듯 와인과 음식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낸다. 와인의 향미가 음식의 맛과 질감과 딱 맞아 떨어지는 그 순간의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통상 흰살 생선 등 어류에는 화이트와인이 잘 맞고, 소고기 등 붉은 육류에는 레드와인이 잘 맞는다고 한다. 생선 등의 비릿한 맛은 상큼한 산미를 지닌 화이트와인이 깔끔하게 잡아주고, 육류의 느끼한 맛과 조금 뻑뻑한 단백질의 식감은 레드와인의 떫은 타닌이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육류에 잘 맞는 화이트와인이 있고, 생선에 잘 맞는 레드와인이 있다. 서로 잘 어울리고 맛있으면 그만이다.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정해진 마리아주는 없다. 모든 요리가 그렇듯 같이 먹었을 때 음식의 맛을 한껏 살려줄 수 있으면 최고의 마리아주다.

사실 내 입맛에 맞는 최상의 마리아주는 좋은 분위기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할 때다. 그때는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 짜면 짠 대로, 싱겁고 심심하면 그 자체로 또한 맛있다. 비싸면 비싸서 맛있고, 싼 음식은 가격에 비해 너무 훌륭해서 맛있다. 좋은 와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이 입 안에 들어가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모든 순간이 행복하게 변한다.

그윽한 풍경이 바라다 보이는 고급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맛을 낸 음식과 좋은 와인을 앞에 두고 떠오르는 사람 있는가? 이런 아름다운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 사람은 정말 강한 사람이거나 외로운 사람이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그 모든 것이 좋다. 최고급 식사와 아름다운 루비빛 와인 한잔, 그리고 가슴 뛰는 감정을 느껴보라. 대담하리만치 환희로 가득 찬 순간을 가져보라. 어디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요리에 부르고뉴 와인 한 잔 들이키며 “우와, 이거 맛있지 않니?”라고 물으면 “응, 정말 맛있어”라고 답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 순간 옆에 아무도 없다면, 너무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당신이 지금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 말해도 여전히 외롭지 않고 즐겁다면, 그것은 당신이 지금 혼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로부터 우리는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마리아주다!

/윤경 변호사

더리드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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