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 처벌 위해선 허위사실 적극 증명 필요

성폭행 사건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이나 무혐의 처분이 나왔더라도, 신고한 사람을 무조건 무고죄로 처벌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성폭행 무고죄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2018도2614)에서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2014년 5월 A씨는 직장 선배 B씨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검찰은 B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A씨와 B씨가 자연스럽게 신체접촉을 하는 등 친밀한 관계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B씨는 A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대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종래 성폭행 사건에서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면 반사적으로 무고죄로 연결되던 공식이 깨진 셈이다.

대법원은 “A씨의 성폭행 고소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 신고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성폭행 사건이 무혐의 처분됐다는 사실만으로 무고죄를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B씨의 신체접촉을 용인했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언제든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서로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해서 A씨가 입맞춤까지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허위신고를 증명할 적극적인 근거가 있을 때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을 형사·징계처분 받게 할 목적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신고한 경우 무고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배심원 7명 중 6명이 A씨에게 무고죄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A씨가 B씨의 신체접촉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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