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국가보훈처에 구제방안 마련 권고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 한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난 2일 독립유공자 맏딸의 아들은 장손으로 볼 수 없다며 취업 지원 혜택을 배제한 국가보훈처에 대해 성평등에 부합하는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독립운동가 증손자인 사건 진정인은 국가보훈처가 독립운동가 맏딸의 아들은 장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취업지원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장손은 사회관습에 근거해 ‘장남의 장남(1남의 1남)’으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며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의 개정 연혁과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재결례를 볼 때, 장손이란 호주승계인을 대체하는 개념으로서 명칭만 변경된 것이므로 ‘장남의 장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국가보훈처 판단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봤다.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구성원 역할 분담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달라졌음에도, 국가보훈처가 ‘장손’의 개념을 기존 호주제에 근거한 ‘남성’ 호주승계인으로 한정해 판단했다”면서 “이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낳은 차별이며 헌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는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바 있다. 이후 호주제는 2007년 12월 31일에 폐지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호주제는 가족 내에서 남성의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라는 전래적 여성상에 뿌리박은 차별이자,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족제도에 관한 전통과 문화란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국가보훈처가 개선방안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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