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었다. 그런데 자동차나 항공 관련 법령에 이를 규율하는 규정이 없다. 운행해도 되는 것일까? 법과 현실의 괴리이다. 지겹도록 듣는 단어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다. 이름에 걸맞게 세상은 혁명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에 법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의 실체는 위험이다. 위험의 존부와 크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한만 한다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혁신을 위해 도입된 것이 규제 샌드박스와 네거티브 규제다.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되었지만 그 취지는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있다. 사업자나 행정청 모두 테스트 기간 후 보정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견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작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계적 내지는 절차적 행정정도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 규제는 과거, 규제를 사회적 규제와 경제적 규제로 나누어 보던 때 나왔다. 그러나 안전 규제와 이익 규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안전과 이익이 상충되는 일은 다반사다. 결국 규제는 구분 없이 하나로 보되, 위험의 크기, 손해의 회복력, 이익의 기본권 관련성을 따져 결정할 수밖에 없다.

기술변화에 대비하여 세부기준을 모두 정해두기도 어렵다. 그러다보니 재량이 많아지고, 각각의 재량을 통제하기 어려우니 원칙을 세우게 된다. 유럽 국가들이 원칙주의 규제를 채택한 까닭이다.

정보도 혁신적 규제의 필수요소이다. 혁신은 이익의 충돌을 수반하는데, 정보가 많을수록 정확한 이익 분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가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을까? 개발시대에는 국가가 압도적 정보우위였다. 그러나 오늘날 첨단 분야는 민간이 정보우위이다. 결국 좋은 규제를 위해서는 국가와 민간이 협업해야 하고, 법제나 정책 형성에서 민간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민간은 자유로울수록 창의적이다. 그러나 완전한 자유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을 위협한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이나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 예다. 규제가 물러난 곳의 공백은 책임이 채워야 한다. 영미법 국가의 규제강도가 비교적 약한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경우와 같이 사법상 책임이 강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이 모든 것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좋은 법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혁신을 생각하고 있을까? 기술과 사회변화에 최적화된 법을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이 없는 혁신은 투쟁과 혼란이다. 법조인들이 소송뿐만 아니라, 분야별 전문지식을 갖추고 입법과 정책형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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