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변호사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공동주관 했다. 멘토링에는 멘토 변호사 24명과 금년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새내기 여성변호사 86명이 멘티로 신청했다. 멘토의 유래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Mentor)서부터 유래한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해 있는 동안 멘토르가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가르쳤다고 하는데, 그의 이름은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현대에서 멘토링은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지도와 조언으로 상대방의 실력과 잠재력을 향상시키는 것 또는 그러한 체계를 말한다. 두 시간 동안 멘티들의 실력이나 잠재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었겠으나, 변호사의 길에 들어선 젊은 멘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멘토의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었다. 한 멘티 변호사는 변호사시험 합격발표를 듣는 순간 “다시는 이런 끔찍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데, 어쩌면 25년 전 ARS를 통해 사법시험 합격소식을 접하면서 내가 가졌던 생각과 그렇게 똑같을까 싶은 마음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막상 그 어려운 길을 통과하고 보니 장밋빛 꽃길이 펼쳐진 게 아니라 당장 취업길이 좁다는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멘티들은 취업문제 이 외에도 여성변호사의 전문가다운 복장은 어떤 것이 좋은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공기업이나 사내변호사로 취업을 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것은 아닌지, 수습하고 있는 사무실 대표가 성희롱적인 말을 하는 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취업 개업을 하면 그 복잡하고 많은 사건양식을 어떻게 해내는 지 등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았다.

내가 멘티들에게 제일 먼저 들려준 이야기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대들은 변호사시험이라는 어렵고도 힘든 일을 해낸 사람들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이 장래의 희망이나 꿈을 보장해서가 아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를 억제하고 어려움을 감내하며 참아내어서 그 결과를 얻어냈는가. 그러한 강한 승부근성으로 세상에 맞붙어 나간다면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결혼을 위해서 일을 너무 희생하지 말고, 일을 위해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지도 말자는 것이다. 우리는 전문가로 살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어쩌면 평생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힘든 과정을 겪어낼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자녀는 꼭 출산해라. 자녀를 출산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것 같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보다 더 많은 기쁨과 에너지가 돌아온다.

셋째, 외부에서 강의요청이나 방송출연 또는 원고 청탁 등이 들어왔을 때는 절대 사양하지 말라. 힘들더라도 잘 준비해서 해내면 자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번 사양하면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넷째, 대표나 고객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은 경우 즉각 단호하게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이렇게 불편하다”는 것을 알려라. 한두번 넘어가면 습관이 되고 나중엔 당연한 것으로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변호사들은 향후 50년은 변호사업에 종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당장 눈앞의 일만 보고 가지 말고, 널리 그리고 멀리 보며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 관심을 갖고 적성과 성격에 맞는 전문분야와 취미생활을 꼭 만들고, 가능한 시간을 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라. 아직도 할 말이 많은 것을 보면 멘토는 역시 말이 많은 가보다.

 

 

/안귀옥 변호사·인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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