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견 거부한 변호사에게 협박 문자도 … 변협, ‘구치소 접견 피싱’ 주의 촉구
피의자·피고인 방어권 행사 위한 필수 권리지만 남용하면 징계 대상 되기도

최근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악용한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인 접견교통권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수임을 미끼로 접견을 요구하는 ‘구치소 접견 피싱’ 주의를 촉구했다. 최근 불거진 사인(私人)에 의한 변호인 접견교통권 악용 문제에 따른 조치다.

변협은 대응을 위해 3월 26일부터 4월 12일까지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구치소 접견 피싱’ 사례를 수집(상단 참조)했다. 가장 많은 피해 사례로는 구치소 수용자가 선임 계약을 빌미로 수차례 접견 후 선임을 하지 않는 사례였다. 접견비가 입금되지 않아 접견을 그만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수용자가 협박 문자와 우편을 지속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변협은 접견을 요청 받으면 상담을 ‘유료’로 진행해야 한다고 고지했다. 또한 피해사례가 다수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에는 재발 방지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한 중견변호사는 “수용자가 같은 교정기관에 있는 수용자를 소개시켜주는 건 본인도 함께 접견에 나오기 위한 목적으로, 대개 선임은 되지 않는다”면서 “특히 연차가 낮은 변호사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간 국가에 의해 접견교통권이 침해된 적은 있어도 개인이 이를 악용한 경우는 드물었다. 국가가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헌법소원이나 법원 판결로써 개별 구제돼왔다.

헌법재판소는 2월 28일 일과시간 경과를 이유로 ‘변호인이 되려는 변호사’가 접견교통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난민이 변호인 접견 신청을 거부 당한 사건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2017년 대법원은 점거농성 중 노조 조합원을 접견하겠다는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한 것을 위법이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에 접견교통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입법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일 발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현황 및 개선과제’에서 접견교통권을 가능한 폭넓게 인정해야 하지만 예외를 명확히 입법적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올해 내로 모든 경찰서 유치장에 ‘변호인 접견실’을 설치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밝히기도 했다. 피의자가 독립된 공간에서 변호인을 접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변협이 경찰청과 간담회를 거듭한 결과다. 지난해부터는 유치장에서도 변호사 신분증이 확인되면 선임계 없이도 언제든 접견교통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휴식 요청이나 메모 등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다만 이를 남용할 경우에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접견 목적이 피의자나 피고인 방어권 행사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과다 접견을 한 변호사 27명이 견책, 과태료, 정직 등 징계를 받기도 했다. 당시 동일 수용자를 하루 2회에 걸쳐 접견하거나 다수 수용자를 미선임 상태에서 접견하는 등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보기 어려운 사례가 많았다.

특히 2015년 3월 한달간 접견 건수 208건 중 ‘5분 이하’ 접견이 111건인 경우도 있었다. 접견시간이 1분 미만이어서 ‘0분’으로 기록된 경우도 2회였다. 변호인 접견 시간이 짧더라도, 접견 전후로 접견 장소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접견 시간을 사실상 자유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치품을 ‘몰래’ 전달한 변호사도 있었다. 서류 한장도 대장에 기록해야 하지만 서류 사이에 우표를 숨겨서 전달하는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우표는 교도소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

변호사법 제35조는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이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를 유상으로 유치하기 위해 법원·수사기관·교정기관 및 병원에 출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파견하는 일도 금지돼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변호사법 제117조 제2항에 따라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변협은 일부 접견교통권 악용·남용 사례로 인해 입법 취지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입법 취지대로 접견교통권이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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