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8회 변시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합격자 수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던 가운데 간절한 기다림 때문인지 발표시간을 앞두고 법무부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였습니다. 가까스로 합격률 50%를 넘긴 이제, 공은 합격자 결정 기준을 재검토하기 위한 소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법전원 도입 당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여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새로운 법률수요가 창출되리라 예측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현재 적정 변호사 숫자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저는 법전원에 진학해 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던 데이터(정보보호), 국제통상 전문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으로 급성장하는 데이터 경제 관련 법제를 정비하거나 신산업 분야 국내외 분쟁을 ADR로 해결하여 우리 기업을 뒷받침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개설되는 전문과목 수업은 물론 법전원생을 대상으로 외부에서 진행하던 교육과정은 변시와 무관하거나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변시 개선과 합격자 수 증대, 법조유사직역 개편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합격률만 높아지면 다양성이라는 목표는 저절로 해결될 부차적 문제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물론 법전원 3년이 변시를 준비하기에도 벅차단 것과 수업 한두개 더 들은 신규 변호사가 배출된다고 갑자기 전문성이 생기고 법률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합격률이나 법조유사직역 조정만으로 법률시장 어려움이 해결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판결문 공개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국민의 사법접근성 제고 뿐 아니라 리걸테크 발전을 위한 토양이 조성되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묶여있던 아이디어가 사업화 돼 스타트업 자문시장도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각 법전원에서 계절학기로 특성화 수업을 개설하고 이를 통해 관심분야를 공유하는 전국 법전원생이 모여 토론할 기회를 갖는다면 우리 법조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요?

신림동을 지나다 보면 각종 시험을 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미 전문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다시 법전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제 동기들처럼 현재 다른 법조유사직역에 종사하거나 그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도 나중에 법전원에서 만날 수 있기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싸늘한 시선 대신 다양한 요청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변호사를 양성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강영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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